올해 패션업계 사로잡은 '지속가능성'…"구조혁신 단초될 것"
입력 2018.12.27 15:30
수정 2018.12.27 15:31
지속가능성 넘어 '영속성'으로…친환경 패션이 이끄는 구조혁신 예견
SPA 비롯 패션 브랜드, 폐기물 활용한 재활용 상품 적극 개발
국내외 의류시장에서 친환경 패션이 중요시되는 흐름이 단순한 유행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기업 및 시장의 구조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7일 삼성패션연구소는 '2019년 패션시장 전망 및 2018년 패션산업 10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내년 패션시장과 관련해 'BETTER(베터)'라는 단어를 제시했다. 내년 시장 전망을 나타내는 6개 키워드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BETTER'로 요약된 6개 키워드는 ▲Be Diversified(수익사업 다변화) ▲Ever-Green(지속가능성에서 영속성으로) ▲Three At A Time(일석삼조 소비) ▲Try To Reformation(기성 브랜드의 재도약) ▲Efficient System(기민하고 능률적인 조직 문화) ▲Relaxed Daily Life(유연하고 여유로운 데일리 스타일링)다.
연구소는 이 중에서도 'Ever-Green(지속가능성에서 영속성으로)' 항목과 관련해 "지속가능 패션은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구조 혁신의 단초로 확대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속가능한 패션 수준을 달성하지 못한 브랜드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는 'Three At A Time(일석삼조 소비)' 전망과도 연관성이 있다. 한 번의 소비로 세 가지 이상의 효용을 추구하는 소비자 기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패션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과 다양한 스토리텔링 전략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앞서 언급한 키워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며 "빠른 의사결정과 정보 체계, 실시간 수요 대응을 위한 물류 인프라 등 시스템 측면뿐 아니라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 패션은 앞서 버버리·구찌·베르사체 등 명품 브랜드들이 동물 보호를 위해 모피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페이크 퍼' 및 '에코 퍼'로 불리는 인조털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더욱 주목 받은 개념이다.
한국패션협회는 지난 3일 공개한 올해 패션산업 10대 뉴스에서 "지난 몇 년 간 패션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던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옵션을 넘어 필수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또 "가치있는 소비를 하고자 하는 밀레니얼·Z세대들 사이에서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신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 패션은 특히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다. 친환경 패션이 화두로 떠오르기 이전만 해도 SPA의 대량 생산으로 발생하는 재고와 폐기물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친환경 캠페인이나 재활용 의류 등에 투자하면서 이를 불식해 왔다.
스웨덴 브랜드 H&M의 'TAKE CARE(테이크 케어)' 프로젝트는 고객들에게 의류 관리법을 교육하고, 수선 서비스를 제공해 버려지는 옷을 감축하는 내용이다. 옷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착도를 높이기 위해 친환경 세제와 얼룩 제거용 스프레이 등 의류 관리 상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4월 '옷의 힘을 사회의 힘으로'라는 주제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서플라이 체인·상품·매장 및 지역사회·임직원 등 4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한 성과를 발표했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약 1년간 유니클로가 환경 부하 증대와 빈곤, 난민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한 활동을 요약한 내용이다.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겸 CEO는 "유니클로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전세계 모든 임직원이 일상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 라이프웨어 나우,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등은 폐기물을 재활용한 패션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 수는 2011년 11개에서 2017년 기준 100개 이상으로 6년간 10배 가량 증가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 기업에서도 장기적인 친환경 및 업사이클링 전략과 관련된 다양한 캠페인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