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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고점론' 어게인, 이번에는 맞을까

이홍석 기자
입력 2018.12.24 07:00
수정 2018.12.24 09:10

2년간 초호황으로 내년 업황 하락 불가피...완화 강도 의견 엇갈려

PC·모바일·서버에 5G·AI·IOT 수요처 다양...상저하고 전망도

2년간 초호황으로 내년 업황 하락 불가피...완화 강도 의견 엇갈려
PC·모바일·서버에 5G·AI·IOT 수요처 다양...상저하고 전망도


내년도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실제 결과는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내년도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앞서 지난해 말 반도체 고점론이 제기됐던 올해도 초호황이 지속된 바 있어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을 주도해 온 D램과 낸드플래시 경기가 내년부터는 꺾인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완화 강도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시장조사기관들은 잇달아 부정적인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최근 발표한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가 1645억달러로 올해 1651억 달러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내년 D램 평균 판매가격이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지난 17일(현지시간)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지출 규모가 총 557억8000만달러(약 62조9000억원)로 올해대비 7.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내년에 올해보다 7.5% 증가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67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간극이 꽤 큰 수치다. 또 지난 9월 보고서에서는 지난해 대비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4% 였던 것에서 9.6%로 조정했다. 하반기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해외투자은행(IB)들도 내년에 반도체 장기호황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최근 2년간 수요가 공급대비 우위에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공급이 우위에 서면서 제품 가격의 본격적인 하락으로 슈퍼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으로 반도체가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년간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펼쳤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내 투톱 기업의 실적이 감소하면 자연스레 수출도 줄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우려만큼 반도체 경기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초호황이었던 만큼 전년대비 일정 수준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이 현재 업계가 우려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최근 나타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 하락이 수요 대비 공급의 문제라며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 PC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할때와 달리 지금은 모바일과 서버 등 수요처가 다양해져 급격한 수요 하락이 이뤄질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5세대(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면서 5G 스마트폰 출시로 인한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 기술 고도화에 따라 PC·모바일·서버 등 전통적인 영역에서 대부분 차지했던 수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미세공정기술의 개발 속도 한계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등이 공급을 제어해 제품 가격 하락도 어느정도 방어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나노에서 10나노를 넘어 이제 그 이하의 미세공정 기술이 개발돼오고 있지만 양산 수준의 기술까지 이르기에는 예전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또 미국이 중국 푸진진화에 대한 반도체장비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산 반도체의 진입 속도도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 내년도 반도체 시장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에도 모건스탠리 등에서 올해부터 반도체 시장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반도체고점론이 제기된 바 있으나 성장세를 이어간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 3사의 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어 사실상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라며 “이는 공급자가 설비 투자 속도 조절 등을 통해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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