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말이 많아!" 고성 오고간 양심적병역거부 공청회
입력 2018.12.14 05:00
수정 2018.12.14 06:13
정반대 견해·자료 대립하며 갈등 분위기 고조…사회적 합의 ‘깜깜’
‘양심적병역거부’ 둘러싼 근본적 인식차 여전…“더 많은 연구와 논의 필요해”
정반대 견해·자료 대립하며 갈등 분위기 고조…사회적 합의 ‘깜깜’
‘양심적병역거부’ 둘러싼 근본적 인식차 여전…“더 많은 연구‧논의 필요”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 국방부가 양심적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개최한 마지막 공청회는 격양된 분위기가 내내 이어졌다. 양심적병역거부 자체에 대한 찬반 대립과 인식차이만 재확인 하는 자리가 됐다.
이미 국방부는 양심적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를 36개월 교도소에서 합숙하는 안으로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청회가 마련된 것은 찬반 진영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짙었다.
그러나 토론에서는 대체복무기간의 ‘징벌성’ 문제와 ‘복무 범위’를 놓고 양립 불가능한 주장이 되풀이 됐고 “벌써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며 토론의 진도에 대한 불만까지 제기됐다.
또 대체복무제 논의에서 인용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 및 유럽의 사례에 대한 ‘팩트 여부’를 둘러싼 충돌도 반복됐다. ‘내 자료는 옳고 네 자료는 틀렸다’는 비효율적인 논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방청객들 역시 초창기 담론에서 진전되지 못한 쳇바퀴 주장을 이어갔다. 양심적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날선 공방이 오갔고, ‘양심’이라는 용어를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방청객마다 열변을 토해내면서 회관은 쩌렁쩌렁 울렸고 이에 한 패널은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왜 이렇게 다들 화가 나셨냐”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내비추기도 했다.
일부 방청객이 사회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발언을 강행하는 경우가 반복되자 반대 견해를 가진 방청객들은 “말이 많다”, “마이크 내려놔라”, “말도 안되는 소리”, “말막지 마세요” 등 고성을 주고받으며 생채기를 냈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열린 공청회는 역설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한참 멀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자리가 됐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원영섭 변호사는 “양심적병역거부 문제를 국회의 논의가 아닌 재판을 통해 해결하려 하니 폭넓은 논의의 기회가 상실됐다”며 “양심적병역거부자들이 재판이라는 대항적 투쟁의 승리자가 돼 전리품을 취득하는 모양이 된 것이 갈등의 시작점이다”고 진단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징병문제를 연구하는 백승덕 씨는 “모두가 안보에 대한 관점이 다른데다가 자의적이고 출처도 불분명한 자료들이 논의를 헛돌게 하고있다“며 ”이미 국방부가 대체복무제 유력안을 가지고 있지만 더욱 다뤄야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인권기준이라는 것의 정확한 팩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대체복무가 쉽다는 이유로 군복무를 회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연구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관련 연구조사의 출처와 근거들을 갖고 따로 토론하는 자리도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국방부는 이날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조만간 양심적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 분위기에 드러났듯이 앞으로도 대체복무제도를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은 계속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신속하게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이번 공청회에서는 양측의 이견만 드러난 만큼 사회적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한 소통의 자리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