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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현주소②] 평생 산 주민도 모르는 창신·숭인동 재생사업…더 심해진 '슬럼화'

이정윤 기자
입력 2018.11.23 06:00
수정 2018.11.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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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살아온 주민도 모르는 ‘도시재생’

뉴타운 정비구역 7년, 동네 더 낙후 시켰다

안한 것보단 낫다만…“봉제산업 더 힘들어져”

평생 살아온 주민도 모르는 ‘도시재생’
뉴타운 정비구역 7년, 동네 더 낙후 시켰다
안한 것보단 낫다만…“봉제산업 더 힘들어져”


끝없이 가파른 골목을 따라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모습. ⓒ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평생 살아온 주민도 모르는 ‘도시재생’

지난 21일 서울 도시재생 1호인 창신‧숭인동을 찾았다. 동묘역앞 10번 출구로 나와 10분정도 걷다보면 차도를 가운데 두고 왼편엔 창신동, 오른편엔 숭인동이 나온다.

아파트도 군데군데 보였지만 경사진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역시 오래돼 낡은 주택들이었다. 그중 다섯 걸음 정도에 하나 꼴로 작은 봉제공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창틀 사이로 희미한 형광등 불빛과 미싱 소리만 새어나온다.

숭인동의 한 골목에서 만난 주민 A씨에게 도시재생에 대해 묻자 “내가 여기가 고향이라 숭인동에서만 58년을 살았다”며 “나라에서 이 동네에 200억을 썼다고요? 난 처음 들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내가 평생 여기서 살아왔지만 이 동네는 맨날 똑같다”며 “여름이면 비가 줄줄 새고 겨울이면 수도가 다 얼어 터진다”고 상황을 전했다.

창신‧숭인동 도시재생은 이전 정권에서 진행한 사업이지만 동네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문화시설을 도입‧공동체 활성화‧골목경제 살리기 등 소규모 사업으로 지역을 활성화 시킨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일맥상통한다.

종로구 숭인동 한 비탈진 골목길이 가뭄기간 논두렁처럼 갈라져 있다. ⓒ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뉴타운 정비구역 7년, 동네 더 슬럼화 시켰다

창신동에 위치한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는 영화에서 옛날 달동네를 배경으로 촬영하고 그럴 때나 많이들 온다”며 “믿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공동화장실을 쓰는 집들도 꽤 있다”고 동네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여기가 뉴타운 정비구역으로 7년 동안 묶여있다 보니 집이 좀 낡고 문제가 생겨도 어차피 곧 부술 것이라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집을 그대로 뒀다”며 “그러다보니 동네가 더 슬럼화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지구는 약 7년간 뉴타운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지난 2013년 해제됐다. 그 후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돼 봉제산업과 낙후된 동네를 살린다는 목적 하에 200억원이 투입된 것이다.

최근 재정비한 종로구 창신동 골목에 위치한 계단 모습. ⓒ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안한 것보단 낫다만…“봉제산업 더 힘들어져”

인근에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좁은 골목을 새로 정비하고,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할 때 나라에서 저리로 장기대출을 해주고 뭐 그런 건 있는 것 같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무슨 기념관 같은 걸 설치해서 주거지를 관광지로 만든다는 것도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200억도 많은 돈이긴 하지만 동네 전체를 바꾸기엔 부족한 듯싶다”며 “뉴스 보면 유럽을 벤치마킹해서 도시재생한다는 것 같은데 그게 우리나라에 맞는 건지 모르겠다. 아직 제대로 성공된 사례도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특히 창신‧숭인동 도시재생은 봉제산업 활성화와 함께 추진됐지만, 봉제공장들은 날이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일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비수기의 경우 이곳 직원들은 ‘무노동 무임금’을 원칙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공임비는 10년 전 그대로인데 인건비, 부자재비 등은 계속 오르는 통에 적자만 피하면 다행인 상태다.

창신동에서 20년째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D씨는 “정부에서 봉제 기계 지원도 해주고, 골목길 미끄럼 방지나 노후된 상하수도 교체 등을 해준 건 좋지만 투입된 돈에 비해선 피부로 느껴지는 효과는 없다”며 “봉제산업 지원해준다고 하면 뭐하나, 일감이 없는데”라고 현재 봉제산업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지금 이 바지 하나 만드는 데만 공임비가 4200원이다”면서 “하루에 이런 바지를 60장을 만든다. 그렇게 번 돈을 2~3명이서 나눠 가져야 한다”며 열악한 현실을 설명했다.

봉제공장 직원들 중 대부분이 창신‧숭인동 주택가에 살고 있는 만큼 이곳 지역 활성화와 봉제산업은 긴밀하게 엮일 수밖에 없다.

봉제공장 주인 D씨는 “필리핀이나 베트남 등 해외에서 싼 인건비로 옷을 만들고 한국에 들여와 ‘MADE IN KOREA’로 택을 바꾸는 업체가 상당한데 나라에서 그걸 전혀 못 잡고 있다”며 “이쪽 분야가 열악하다보니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없어서 앞으로 우리나라엔 기술자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길 깨끗하게 만들어주고 하는 것도 좋지만, 봉제산업을 살리는 게 피부로 더 와 닿을 것 같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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