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망론…친문은 과연 호남에 기회를 줄까
입력 2018.10.25 06:04
수정 2018.10.25 06:07
이낙연 국무총리, 차기 적합도 두 달 연속 선두 질주
영남 후보에 호남 몰표 얹는 친노·친문 전략과는 상충
盧 前대통령이 "실패한 인사"라 했던 고건 전철 밟을까
이낙연 총리, 차기 적합도 두 달 연속 선두
대정부질문에서도 '이낙연 대망론' 질문 나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1~22일 실시한 10월 넷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이낙연 총리는 14.8%의 지지율을 얻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선두를 달렸다.
특히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21.0%의 지지를 획득해, 14.2%에 그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며 압도적 1위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때이른 '이낙연 대망론'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일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대망론'에 대해 물었고, 이 총리는 "어리둥절하다"면서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처럼 초반 선두를 달리는 '이낙연 대망론'의 관건은 '현재권력'인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과연 호남에 차기 대권주자의 자리를 허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권력이 붙일 수는 없어도 떨굴 수는 있다"며 "친문 세력과 그 뿌리인 친노의 전통적인 대권 전략을 볼 때, 호남 출신인 이낙연 총리가 본격적인 대권 가도에 나서는 것을 용인할지는 의문"이라고 평했다.
친노·친문 세력은 전통적으로 영남, 그 중에서도 부산·울산·경남 출신 대권주자를 내세워 보수 세력의 '텃밭'인 영남표 일부를 잠식하는 한편 호남의 몰표를 얹는 전략으로 정권을 창출해왔다.
이 전략은 최근 노무현재단 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유시민 전 의원이 지난 1997년 '97 대선, 게임의 법칙'이라는 저서를 통해 "비호남 유권자들의 반감 때문에 (호남 출신인) 김대중 총재로는 당선이 어려우니 '제3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캠페인을 통해 이 전략은 구체화됐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 출신인데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중이던 2002년 3월 16일 광주광역시 경선에서 1위를 하는 이른바 '광주의 선택'을 통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도 두 차례나 동일한 전략을 통해 대선에 도전해 재수 끝에 결국 당선되기도 했다.
영남 후보에 호남 몰표 얹는 대권전략과 상충
친노·친문, 앞서 고건·정동영도 저격·외면
반면 친노·친문의 이 전략에 배치되는 후보는 냉대를 면치 못했다. 전북 출신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2007년 마찬가지로 국민경선 끝에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가 됐으나, 마땅히 여당 후보를 지원해야 할 청와대 세력은 외면했다.
위키리크스에 의해 폭로된 주한 미대사관의 2007년 10월 외교전문에 따르면, 경남 사천 출신의 조모 당시 청와대 정무기획국 행정관은 미대사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행정부는 정동영 후보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으며, 친노 지지자들은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의 2012년 대선 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전남도지사 선배이자, 친노·친문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선배인 고건 전 총리의 대권 행보와 그 결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도 있다.
호남 연고로 분류되는 고 전 총리는 노무현정권의 초대 총리를 맡아 '행정의 달인'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메르스(MERS)만큼 맹위를 떨쳤던 사스(SARS) 유행을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마무리지었으며, 노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야기된 극심한 혼란 상황에서도 대통령권한대행직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이 덕에 고 전 총리는 한동안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며 '고건 대망론' 하에 대권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권을 1년 앞둔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의에서 "고건 총리는 실패한 인사다. 결과적으로 실패해버린 인사"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범여권 유력 대권주자 중의 한 명인 고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친노의 전통적 대권전략에 배치되는 호남 연고의 고 전 총리 중심으로 통합신당 정계개편이 전개되는 것을 저지하고, 영남 출신인 유시민 이사장 등 전략에 맞는 후보를 띄워보려는 복안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친노 후보를 차기 대권주자로 띄워보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고건 전 총리는 낙마하고 정동영 후보도 완패하는 등 붙이지는 못했어도 떨굴 수는 있었다"며 "이낙연 총리도 고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盧 前대통령, 고건 겨냥 "실패한 인사" 재연?
정치부 기자에 4선 의원 "고건과 경우 달라"
이 전 총리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2003년 친노 열린우리당이 분당할 때에도 새천년민주당에 잔류했다. 호남 연고인데다 비노·비문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친노·친문계의 전통적 대권전략과는 맞는 구석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외치(外治)에 주력하는 가운데 민생경제와 고용지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리가 추후 경제파탄과 관련해 임명권자로부터 "실패한 인사"라는 말을 들으며 책임을 뒤집어쓰는 사태가 재연될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 권역의 한 중진의원은 "친노·친문이 호남에 다른 것은 몰라도 대권을 내어놓겠느냐"며 "지금은 호남이 정치적 경쟁 상황이라 인사도 배려하고 예산도 배려하지만, 집권 세력의 뿌리는 부산·경남이고 부산정권"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고 전 총리처럼 친노·친문 세력에 맥없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낙연 총리는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정무적 감각을 익혀왔기 때문에, 직업관료 출신인 고건 전 총리와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고 전 총리가 나가떨어지는 광경은 (이낙연 총리) 그 자신이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들어와 있을 때 눈앞에서 지켜봤는데, 같은 수법에 똑같이 당할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정치의 풍향을 잡아내는 감각이 발달해 있으며, 같은 호남 출신이기도 한 이용호 의원이 굳이 때이른 '대망론'을 대정부질문에서 꺼내든 것에 기대와 우려, 당부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상대로 갑자기 왜 '대망론'을 질문했겠느냐"며 "이낙연 총리의 '조심스럽다'는 대답 속에 전직 정치부 기자 출신인 이 총리와 이 의원 사이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오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