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탈당해선 안돼"…연성화·파편화 심해지는 야권
입력 2018.10.09 05:00
수정 2018.10.09 03:39
박지원, 김경진·이용주 만나 "아직은 안 된다"
내년초 야권발 정계개편은 변수 아닌 상수
삼삼오오 결속하며 그룹별 도생 도모할 듯
박지원, 김경진·이용주 만나 "아직은 안 된다"
이상돈, 손학규 만났으나 "정계개편 조금 봐야"
야당이 기반한 정치지형이 무너지면서 야당 의원들이 삼삼오오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연성화·파편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지원 민주평화당 전 대표는 최근 탈당설이 불거진 김경진·이용주 의원을 불러 셋이 함께 오찬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의원은 "아직은 탈당을 해서는 안 된다"며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가지 추이를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되 지금은 단결할 때"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득했다고는 하지만 오롯이 100% 민주평화당 잔류를 설득했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탈당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만류에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한 것을 보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에 가까운 설득이다.
설득 결과에 대해서는 박지원 의원도 "당분간은 그런 일(탈당)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정치는 생물이니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사이의 '공백 지대'에 위치해 있는 이상돈 의원도 지난달 30일 손학규 대표를 만나 만찬 회동을 한 뒤, 거취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돈 의원은 "손학규 대표가 지향하는 점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면서도, 바른미래당 복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조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일단은 정기국회는 끝내야 된다"며 "내년 초쯤 되면 야권이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두고볼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초 야권발 정계개편은 변수 아닌 상수
삼삼오오 결속하며 그룹별 도생 도모할 듯
내년초 정계개편이 일어날 게 변수(變數)를 넘어 상수(常數)에 가깝게 되면서, 지금 소속해 있는 정당이며 당적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느슨해졌다. 다들 정계개편의 때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정계개편의 시기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전당대회까지 끝나, 총선 공천권의 향배가 분명해지는 내년 2월 이후 특정 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이전에 '선도탈당'이 나올 가능성은 없을까.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수지만,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는 모른다"며 "선도탈당을 했는데 당대당 통합으로 귀결되기라도 한다면, 뛰어나간 사람만 모양새가 이상해지고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중에 무소속으로 있는 게 유리할 게 없다는 실리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현재 무소속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제외한 6명인데, 이 중 4명은 사실 입당하고 싶은 정당이 있는데도 그 정당들이 문호를 열어주지 않아 '억지 무소속'으로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동료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괜한 '선도탈당'을 하기보다는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당적을 옮기는 정계개편의 계절을 기다려 '묻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러다보니 당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정계개편 때 행동을 같이 할 소그룹 단위로 모여 삼삼오오 도생을 도모하려는 모습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연성화에 이은 파편화 현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박지원 의원이 김경진·이용주 의원에게 귀띔한 "지금은 단결할 때"라는 말도 평화당으로 단결한다기보다는, '뭉쳐서 정계개편 때 함께 움직이면 살고, 흩어져 각자 탈당하면 죽는다' 식의 '소그룹 단결'을 호소한 의미에 가깝게 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국정감사와 지역구 예산 챙기기로 의원들이 각개약진(各個躍進)할 것"이라며 "이후 내년 2월까지 삼삼오오 결속을 공고히 해나가다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쏘아지면 '헤쳐모여'식 대규모 이합집산이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