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로야구] 각 구질별 최고 명품을 찾아라!
입력 2007.07.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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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싱커
야구에서 투수는 가장 주목받는 포지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뚝 솟아오른 마운드에서 타자를 향해 일구, 일구 뿌리는 모습은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런데 같은 마운드 위에 올랐지만 투수들이 던지는 공은 천차만별이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있는가하면, 다양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다양한 구질 중에서도 유독 타자들이 맥을 못 추는 공들이 있다. 이른바 ‘명품구질’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명품구질을 찾아본다.
◆ 오승환의 직구
투수의 로망은 단연 포심 패스트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구라 할 수 있다. 기교파 투수들도 강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투수에게 빠르고 위력적인 직구는 최고의 유혹이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직구를 던지는 투수로는 단연 오승환(25‧삼성)을 꼽을 수 있다.
2000안타를 달성한 팀 선배 양준혁은 오승환의 공에 대해, “홈플레이트에 날아오기까지 세 번이나 살아 꿈틀거린다”고 할 정도로 그의 포심은 위력적이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은 시속 140km 중후반대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오승환의 직구는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적어 볼 끝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래서 그의 직구는 ‘돌직구’로 불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바람에 올 시즌에는 구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칠 테면 쳐보라’는 식의 오승환의 정면승부는 타자들에게 알고도 못 치는 공포의 대상이다.
오승환 외에도 한기주(KIA)·최대성(롯데)·권혁(삼성) 등도 위력적인 직구를 던지는 투수들이다. 묶어서 ‘파이어볼러 3인방’이다. 한기주와 최대성은 올 시즌 나란히 최고 시속 158km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한기주의 경우에는 종속이 떨어진다는 평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지만 150km 초중반대 직구는 굳이 종속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최대성도 마찬가지. 권혁은 왼손 투수와 장신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어 강속구가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진다.
중간계투 및 마무리투수를 제외한 선발투수 중에서는 다니엘 리오스(두산)·류현진(한화)·박명환(LG) 등이 위력적인 직구를 구사한다. 리오스·류현진·박명환의 최대 강점은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의 구석구석을 찌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제구력이 동반되지 않는 강속구는 실용성 제로인 고가 명품과 다를 바 없다.
◆ 박명환의 슬라이더
과거 선동렬(현 삼성감독)은 위력적인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삼아 한국프로야구와 일본프로야구를 지배했다. 특히 웬만한 투수의 직구 스피드와 맞먹는 빠른 슬라이더는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로는 박명환을 꼽을 수 있다.
박명환 역시 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삼는 투수다. 박명환의 슬라이더도 시속 140km 초반을 찍는다. 이른바 ‘고속 슬라이더’다. 박명환의 횡으로 휘는 H슬라이더와 종으로 떨어지는 V슬라이더를 모두 던진다. 특히 H슬라이더의 짧게 휘는 각도는 컷 패스트볼에 맞먹을 정도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 변화와 함께 슬라이더의 비율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박명환의 ‘전가의 보도’는 슬라이더다.
박명환 외에도 리오스·윤석민(KIA)·장원삼·김수경(이상 현대) 등이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들로 손꼽힌다. 리오스와 윤석민은 박명환과 마찬가지로 컷패스트볼과 유사한 고속 슬라이더를 던진다. 리오스의 경우에는 거의 컷패스트볼이라 할만하다. 고속 슬라이더가 무서운 이유는 타자들이 제대로 치지 않는 이상 좋은 타구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속 슬라이더는 볼 끝이 날카롭게 휘기 때문에 공의 윗부분이나 아랫부분을 살짝 맞히는 수준밖에 되지 못해 땅볼이 되기 일쑤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장원삼과 김수경은 고전적인 의미의 슬라이더를 뿌리는 투수들이다. 장원삼의 슬라이더는 구속은 시속 130km 내외지만 낮게 깔리는 제구력과 각도가 좋다. 김수경의 슬라이더 역시 한 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품구질이었다. 전성기 때 김수경의 슬라이더는 직구처럼 들어오다 뚝 떨어져 타자들이 연신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다만 슬라이더의 경우에는 남용할 때 부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구사 빈도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역시 선수 개개인의 투구 폼과 근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말이다.
◆ 정민철의 커브
최근 몇 년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각광받은 반면, 커브는 도외시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폭이 줄어든 대신 상하 폭이 늘어나면서 커브의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아직 커브는 기대만큼 유행하지는 않고 있다. 습득하기가 쉽지 않고, 제구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교파 투수로 변신한 정민철(한화)은 가장 위력적인 커브를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정민철의 부활에도 폭포수 커브가 자리하고 있다. 물론 전성기 때에도 정민철의 커브는 힘 있고 위력적이었지만, 기교파로 변신한 지금의 커브는 힘이 떨어져도 낙폭은 여전한 데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도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제대로 꺾이지 않고 타자의 노림수에 걸리면 장타를 허용할 확률도 높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민철은 수 싸움에서도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정민철 외에도 케니 레이번(SK)·최원호(LG)·김원형(SK)·김상현(두산) 등도 커브를 주 무기로 삼는 투수들이다. 레이번의 커브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110km대 슬로커브와 120km 낙차 큰 커브가 바로 그것이다. 슬로커브로는 카운트를 잡고, 낙차 큰 커브로는 범타를 유도한다. 최원호와 김원형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커브 투수들. 특히 최원호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 변화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7년차 무명투수 김상현의 커브도 만만치 않다. 김상현의 커브는 타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뚝 떨어질 정도로 낙폭이 크다. 김상현이 1이닝당 1개꼴로 탈삼진을 잡아내는 데에는 커브가 있기에 가능하다. 한편,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의심받고 있는 김진우(KIA)도 커브하면 빼놓을 수 없다. 극심한 부진 속에서도 탈삼진을 17개나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레이보우 커브 덕분이다.
◆ 손민한의 체인지업
밀레니엄 시대 개막 후 프로야구에서 가장 각광받은 구종이 바로 체인지업이다. 현대야구에서 선발투수의 가장 큰 임무가 이닝 소화와 경제적인 피칭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투구 수 조절이 관건인데, 투구 수를 조절하는데 있어 체인지업만큼 좋은 것도 없다. 프로야구에서는 손민한(롯데)이 가장 체인지업을 잘 구사하는 투수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사실 손민한의 그립 자체는 반포크볼(스플리터)에 가깝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특정 구질이라기보다 속도의 가감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목적인 구종이다. 체인지업의 관건은 직구와 똑같은 폼으로 던질 수 있느냐 여부다. 손민한은 직구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 폼에 변화가 거의 없다. 팔 스윙이 자연스러워 타자들이 전혀 눈치를 챌 수 없다. 손민한의 뛰어난 완급조절능력도 체인지업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이다.
미키 캘러웨이(현대)·구대성(한화)·전병호(삼성) 등도 체인지업이 좋다. 너클볼 그립으로 던지는 캘러웨이의 체인지업은 땅으로 푹 꺼질 정도로 낙폭이 크고, 때려도 땅볼밖에 되지 않는다. 구대성과 전병호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목적으로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한다. 구대성은 몸을 2루 쪽으로 틀었다 던지는 특유의 투구 폼으로 체인지업의 위력이 배가 시키고 있고, 전병호는 직구인지 체인지업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지저분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체인지업에 약간 변형을 가한 서클체인지업을 사용하는 투수들도 많다. 기존 체인지업이 가운데 세손가락으로 잡는 것과 대조적으로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잡고 OK 모양으로 던지는 서클체인지업은 투수의 팔 스윙과 반대쪽으로 약간 휘어지며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송진우·류현진(이상 한화)이 잘 구사한다. 사이드암 투수들도 싱커성으로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을 잘 구사하는데 우규민(LG)과 권오준(삼성)이 대표적이다.
◆ 정대현의 싱커
잠수함 투수들의 필수적인 레퍼토리가 바로 싱커다. 왼손 타자에게 투구 폼 노출이 큰 잠수함 투수들에게는 스트라이크존에서 오른손 타자 기준으로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싱커가 ‘전가의 보도’다. 과거 박정현·박충식·박석진 등 사이드암 투수들이 싱커 하나로 리그를 평정한 바 있다. 그러나 싱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투수는 드물다. 습득하기도 어렵지만 선수생명이 짧아진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싱커를 던지는 투수는 단연 SK 마무리투수 정대현을 꼽을 수 있다. 정대현의 싱커는 무릎 아래로 예리하게 가라앉기 때문에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적합하고, 맞히는 타구가 족족 땅볼로 연결된다. 다만 제구가 되지 않을 때에는 홈런의 먹잇감이 될 수 있으며, 내야 수비진이 약할 경우에는 땅볼 타구가 내야 안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대현과 함께 조웅천도 싱커를 잘 구사하는 투수다. 조웅천의 싱커는 서클체인지업으로도 알려졌으나 조웅천 본인은 싱커라고 말한다.
싱커와 비슷한 구질로는 투심 패스트볼이 있다. 싱커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투심 패스트볼은 직구 계열이지만 직구보다는 구속이 떨어지는 대신 볼 끝의 변화가 심하다. 특히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싱커처럼 가라앉는 것이 특징. 투심 패스트볼에 ‘하드싱커’라는 말이 붙은 이유다. 국내에서는 리오스가 싱커와 비슷한 투심 패스트볼을 잘 구사한다. 리오스가 유독 사구가 많은 것도 몸 쪽으로 붙이는 투심 패스트볼이 가끔 제구가 되지 않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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