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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당 '111명 여론조사' 사태, 원인과 해법은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8.09 05:00
수정 2018.08.09 11:02

전당대회 기간 내내 잡음… '예고된 참사'

조사업체 재선정하고나니 ARS 녹음할 시간도 빠듯

피해자 구제 '정치적 해법', 새로운 분란 될 수도

전당대회 기간 내내 잡음… '예고된 참사'
조사업체 재선정하고나니 ARS 녹음할 시간도 빠듯
피해자 구제 '정치적 해법', 새로운 분란 될 수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평화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에 반영된 여론조사가 2개 업체 합쳐 불과 111명만이 응답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사태가 초래된 원인은 무엇일까.

8일 평화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전당대회 전 과정에 걸쳐서 여론조사를 둘러싼 문제가 끊임없이 계속됐다고 입을 모았다. '예고된 참사'였던 셈이다.

발단은 7월초에 이미 형성됐다. 지난달 6일 평화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에서 이미 "당 지지율이 1~3% 수준이라 국민여론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동영 대표 측은 "여론조사 20% 반영"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다 10일에야 유성엽 최고위원이 "지지율 1% 정당이 국민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청탁병탄(淸濁倂呑)하겠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국민여론조사 반영을 수용한다"고 선언하면서, 비로소 '10% 반영'의 절충안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타협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렇게 합의된 국민여론조사 실시를 앞두고 각 후보 측은 '여론조사업체 선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작성해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서약서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던 여론조사업체 두 곳의 정보가 지난달 25일 사전 유출되자 휴지조각이 됐다. 정 대표 측은 한 업체가 당 부설 정책연구소 '민주평화연구원'과 거래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공정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여론조사업체 재선정 요구는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안건은 중앙당선관위와 최고위 사이를 '핑퐁 게임'처럼 오가며 몇 번이나 뒤집혔다. 31일 저녁 11시 50분에야 비로소 여론조사를 실시할 업체 두 곳이 확정됐다.

업체 재선정을 둘러싸고 일주일 가까이 갑론을박을 벌이다 31일 심야에나 업체가 확정되고보니, 당장 3일 오전 10시부터 국민여론조사를 돌려야 하는데 ARS 녹음은 커녕 문구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특정 후보의 대리인으로 논의 과정에서 계속해서 참여한 평화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1000 샘플이 안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최소할당량을 업체로부터 약속받자고 제안했지만, 선정된 업체가 '(최소할당량을) 약속할 수 없다'고 버텼다"며 "새로 업체를 다시 선정할 시간이 없다보니 끌려가다시피 해서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야 말았다"고 개탄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최고위원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각각 1000 샘플을 목표로 했던 두 업체가 안심번호 총 6만 개로 ARS를 돌렸는데, 한 업체는 28명 응답, 다른 한 업체는 83명이 응답하는 '참사'는 끊임없는 잡음의 결정판이었던 셈이다.

당원 K보팅과 ARS투표에서 앞섰으나, 111명이 응답한 국민여론조사에서 뒤처지며 분루를 삼킨 이윤석 전 의원은 "우려했던대로 일반국민 1명의 응답이 당원 십수 표와 맞먹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며 "투표해준 당원 1만7800명의 소중한 한 표가 여론조사 응답자 111명에 의해 결과가 뒤바뀌어진 게 정당한 일이냐"고 항변했다.

유 최고위원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111명 여론조사 사태'에는 여론조사를 갖고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적 결단'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최경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전당대회 기간 중에 여론조사 반영 문제 등 우리 당에 많은 구멍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은 정치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평화당 당헌 제28조 4항의 당대표의 최고위원 지명권을 활용해 이윤석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구제하는 '정치적 해결'을 의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방안은 이날 비공개 회의 도중에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대표가 비DY계로 분류되는 이 전 의원을 과연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려 할지, 이러한 해법에 현실성이 있는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당헌 제28조 4항은 당대표가 최고위원 1인을 지명할 때, 최고위원들과 '협의'하라고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협의'가 '합의'나 '의결'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청취만 하면 되는 것인지가 불분명해 자칫하면 '해법'이 새로운 분란의 씨앗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견해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최 최고위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여론조사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 푸는 해법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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