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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워마드, 무엇이 혐오를 만드나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8.07.14 04:12
수정 2018.07.14 04:13

<하재근의 닭치고tv> 극단적, 공격적 여성주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위태

대학로 집회 등에서 남성혐오 발언이 잇따르다 워마드 사이트에서 성체훼손에 이어 성당 방화 예고 글까지 나와 비난여론이 끓어오른다. 이것은 강남역 살인 사건과 미투 운동 이후 거세게 일어난 여성주의 운동이 지탄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여성주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위태로웠다. 인터넷상에서 여성혐오 표현이 광범위하게 퍼져가던 무렵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홍콩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한국 여성 2명이 격리를 거부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사실은 오보였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김치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의 여성 유저들이 거기에 반발했다. 다른 갤러리에서 어린 여성을 탐하는 남성들에게 분노한 여성 유저들이 메르스 갤러리로 몰려가 남성들을 성토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 흐름이 2015년, ‘메갈리아’의 독립으로 이어진다. 메갈리아는 메르스와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다. 여기서 ‘미러링’ 운동이 나타났다. 도처에 넘쳐나는 여성혐오 표현을 똑같이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즉 여성혐오에 남성혐오로 대응하겠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남성혐오 발언을 일삼는 여성을 ‘메갈’이라고 일컫게 됐다. 여기서 더 과격하게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워마드(워먼+노마드)를 만들어 독립한다. 워마드에선 상식을 넘어서는 남성혐오 발언들이 난무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러링은 남성들이 여성을 조롱할 때 쓰는 ‘성괴’(성형괴물)란 말을 남성을 가리키는 ‘성괴’(성매매괴물)로 되돌려주고, 나이든 여성을 비하하는 ‘상폐녀’는 ‘상폐남’으로, ‘김치녀’는 한남충‘으로 바꿨다. 여기까지는 수위가 약한 편이었는데 남탕 몰카가 등장한다든가, 아동 성폭행 주장, 수컷 동물학대 주장 등 범죄 수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심지어 위인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세종대왕, 이황, 이순신, 김구, 윤봉길, 안중근 등 남성 위인들을 ‘12한남’이라며 조롱한 것이다. 그 외에도 화제가 된 남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조롱하다가 이번에 성체훼손에 성당 방화 예고까지 등장했다.

여성혐오를 그대로 되갚아주겠다는 미러링은 위험하고, 여성운동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지만 일부 여성들은 그 말을 무시하면서 공격적인 미러링을 효과적인 운동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남성혐오 흐름은 점점 강도를 더해가면서 폭주했고 결국 사회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여성혐오를 그대로 되갚아주겠다고 하는 것은 똑같은 혐오표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귀결이 여성판 일베가 되는 것은 필연이다. 일베가 사회의 공적으로 지탄 받는 것처럼 워마드 등의 사이트도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여성주의 운동 일반에 대한 이미지로 이어지면 여성주의 운동의 입지가 약해지게 된다. 자살골인 것이다.

여성들이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이해 가는 부분은 있다. 스토킹,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가정폭력 등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가 극성을 부려도 그동안 공권력이 안이하게 대처했다. 도를 넘은 여성혐오 표현이 난무해도 역시 대처가 미흡했다. 가부장적 구조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불만도 있다. 분노와 불안 등이 극에 달해 감정적인 표현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그렇게라도 해서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니까, 주위 환기 차원에서 일부러 극단적인 언행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혐오 표현, 더 나아가 범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스스로의 사회적 정당성을 무너뜨릴 뿐이다.

인터넷 문화가 자극적인 유희로 흐르면서 이젠 남성혐오가 여성혐오처럼 하나의 유희가 된 측면도 있다. 그런 극단적인 언행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베에도 워마드에도 있는 것이다. 일부 게시물은 남성 또는 워마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극단적인 글을 올려 워마드를 지탄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무언가를 주장할 때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논의하는 문화가 약하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인 싸움으로만 흐르는 것이다. 이번 성체훼손 이슈도 그렇다. 성체훼손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한 방식도 부적절했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성체훼손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면서 무엇을 주장했는지에 대해 무관심했다. 언론사들은 그저 성체훼손이라는 자극적인 사건만 전했다. 천주교에서 여성이 사제를 못하는 문제, 낙태금지 문제 등은 사회적으로 논의할 만한 사안임에도 그런 논의는 빠졌다.

여성주의 진영과 천주교의 대립은 서양에서부터 있어왔던 문제이고 성찰해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매체들은 성체훼손과 그로 인한 사회적 충돌에만 집중했다. 차분한 성찰, 논의보다 자극적인 언행과 싸움에만 주목하는 것이다. 이런 토양에선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논의도 극단적인 싸움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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