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꼬리표’ 떼지 못한 메시, 허무한 퇴장
입력 2018.07.01 01:26
수정 2018.07.01 01:27
아르헨티나, 프랑스와의 속도전에서 뒤져 탈락
클럽과 다른 동료들과 함께 했던 '무관' 메시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도전이 16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아르헨티나는 30일(한국시각),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3-4 패했다.
이로써 지난 대회 준우승 팀이었던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의 패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짐을 싸고 말았다.
그야말로 관록과 젊음의 정면충돌로 정의된 두 팀의 16강전이었다. 2010년부터 세 대회 연속 호흡을 맞춘 아르헨티나의 주전 선수들은 노련미를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반면, 세대교체에 성공한 프랑스는 측면 공격수들의 엄청난 스피드를 이용해 속도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전반을 1-1로 마친 두 팀은 후반 승부가 갈렸고, 장점이 보다 강했던 프랑스의 힘이 더 강했다. 특히 멀티골을 터뜨린 킬리안 음바페은 현역 최고로 불리는 메시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했다.
메시 입장에서는 너무도 허무한 탈락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월드컵을 끝내 손에 쥐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데뷔한 메시는 4개 대회 연속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지난 대회 준우승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전성기 나이로는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시도 나이가 들었고, 10년 가까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 역시 뚜렷한 노쇠화로 메시를 받쳐 주지 못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것을 이뤘던 메시는 유독 대표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남미 최강자를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최근 2개 대회 연속 및 4차례 대회 중 무려 3번이나 준우승에 머무는 등 무관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클럽과 대표팀에서의 극명한 희비는 메시의 어마어마한 커리어에 흠집을 남길 전망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패스 마스터’로 불리는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세계적 선수들의 최고 수준을 패스를 공급받아 골 폭풍을 일으켰던 메시다.
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은 남달랐지만, 강팀들을 만나거나 중요한 순간에서 침묵하는 등 지원 사격이 없다면 경기력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메시는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에서처럼 2선으로 자주 내려와 플레이메이킹을 도맡으면서도 호시탐탐 득점을 노리는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메시와의 연계 플레이에 최적화된 선수가 없었으며, 홀로 전세를 뒤집기에는 러시아 월드컵 트렌드로 떠오른 수비 축구의 벽이 너무 높았다. 더불어 상대 입장에서도 공간을 차단한 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1명만 붙이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축구 황제’가 무관으로 월드컵 역사에서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