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탈잘싸’ 비난 여론 뒤집은 신태용호
입력 2018.06.28 01:55
수정 2018.06.28 01:55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2-0 깜짝 승리
2차전부터 최선 다하는 모습, 받수받기 충분
‘탈락했지만 잘 싸웠다’라는 신조어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투혼을 펼친 한국 축구가 16강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지만 독일을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승리했다.
하지만 1승 2패(승점 3)를 기록한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에 이어 F조 3위에 머물러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독일 역시 최하위인 4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 디펜딩 챔피언 저주에 빠져들고 말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너무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가 아닐 수 없다. 당초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혹평 속에 러시아행 출항의 닻을 올렸다.
신태용 감독은 최종 예선 2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지휘봉을 잡았고 어수선한 팀을 추슬러 9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수차례 평가전에서 대표팀의 경기력은 언제나 물음표를 줄 뿐이었다.
급기야 대회 전 신태용 감독의 ‘트릭’ 발언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며 비아냥거림의 대명사로 전락하기도 했다.
출발부터 삐걱거린 대표팀이다. 그리고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0-1로 패한 스웨덴과의 1차전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당시 대표팀은 다소 생소한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고 김신욱을 원톱으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장신 군단인 스웨덴과의 피지컬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신태용 감독의 의도였다.
이는 철저한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 최전방에서 홀로 버틴 김신욱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고, 급기야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이 시종일관 윙백 자리까지 내려오며 전술상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졸전 끝에 패하자 가뜩이나 불편한 시선을 보내던 국내 여론은 차갑다 못해 날선 비판으로 신태용호에 십자포화를 가했다. 특히 축구팬들은 전력상 열세이면서도 한 발 더 뛰지 않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많은 실망을 나타냈다.
그제야 정신무장에 나선 대표팀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그야말로 투혼을 펼쳤다. 몇 차례 결정적 실수로 실점하기는 했지만 경기력은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여기에 손흥민이 종료 직전 환상적인 골을 기록하며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기도 했다.
모두가 패할 것이라 예상했던 독일전에서도 총력전이 이어졌다. 4-4-2 포메이션의 수비 라인은 멕시코전보다 더욱 견고해졌고 이번 대회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된 조현우 골키퍼는 믿을 수 없는 선방쇼로 대표팀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신태용호를 향한 비난 여론은 일제히 고개를 감추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독일과의 3차전은 내용 면에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고, 승리라는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탈락했지만 잘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