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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무거웠던 손흥민 향한 고언

이근승 객원기자
입력 2018.05.29 06:00
수정 2018.05.28 23:30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 작렬

모든 역할 다 맡기 보다는 득점에만 집중해야

손흥민은 보다 득점에만 몰두할 필요가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손흥민은 리오넬 메시가 아니다.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이끌었지만 이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완승했다.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명단 발표 후 치러진 첫 평가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위대한 도전을 향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완벽한 전력은 아니었다. ‘주장’ 기성용과 측면의 핵심 이재성, 수비의 중심 장현수와 김진수 등이 부상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명단에서 제외됐다.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는 이청용, A매치 데뷔전에 나선 이승우, ‘주포’ 손흥민과 황희찬 등이 선발로 나선 가운데 전반전 대표팀의 경기력은 답답했다.

오랜 시간 볼을 소유하기만 할 뿐, 속 시원한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수비 숫자에 상관없이 번뜩이는 드리블을 뽐낸 이승우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인 선수도 없었다.

잠잠하던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14분, 이승우가 전방 압박으로 뺏어낸 볼을 짧게 내줬고, 손흥민이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대표팀은 후반 27분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전에 나선 문선민이 황희찬이 측면에서 밀어준 볼을 잡아 수비수를 따돌린 뒤 슈팅해 골문을 열었다.

이승우와 문선민이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러냈고, 승리까지 거뒀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한판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숙제도 분명했다. 수비에서는 불필요한 백패스로 위기를 자초했고, 기성용이 빠진 중원은 빌드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격에서도 불완전한 조직력과 섬세함이 떨어졌다.

특히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너무 많은 짐을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최대 강점은 ‘결정력’이다. 왼발과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파괴력의 차이가 없다. 어떤 발로 슈팅을 시도하든 상대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의 강점은 이날도 확연히 드러났다. 공간이 생기자 주저 없이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손흥민의 전체적인 경기력은 대표팀 ‘에이스’답지 못했다. 수비수가 밀집한 공간에서 무리한 드리블 시도로 공격을 무산시켰고, 슈팅 시도에 집착한 나머지 볼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였다. 전방에서 호흡을 맞춘 황희찬은 물론 측면에 배치된 이청용, 이승우와 연계도 완벽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측면 공격수다. 올 시즌 리그 37경기(선발 27) 12골을 터뜨리며 득점 랭킹 10위에 올랐고, UEFA 챔피언스리그 7경기(선발 5)에서는 4골을 넣었다. FA컵에서도 2골을 추가하는 등 결정력만큼은 세계 정상급이다. 올 시즌에는 드리블과 패싱력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이면서 ‘다재다능한 공격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에서는 다르다. 대표팀이 그에게 원하는 것은 ‘다재다능한 공격수’가 아닌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해결사’다. 토트넘에는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전방에 포진하고,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라는 특급 재능이 2선에 포진한다. 상대는 손흥민 수비에만 집중할 수 없다.

대한민국 대표팀을 상대하는 팀은 손흥민 수비에 집중할 수 있다. 대표팀에는 케인이나 에릭센, 알리처럼 손흥민에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킬 선수가 부족하다.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뛸 때보다 훨씬 강한 압박과 부담에 맞서 싸워야 한다.

간결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줄이고, 최대 강점인 결정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짧은 시간 볼을 소유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득점을 터뜨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에이스지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면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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