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페미니즘 물결, 대답없는 정치권
입력 2018.05.24 03:00
수정 2018.05.24 05:53
사회 전반에 여성 권리 신장 요구 목소리
전문가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나가야”
법제화 주체 국회 반응과 움직임 주목돼
사회 전반에 여성 권리 신장 요구 목소리
전문가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나가야”
법제화 주체 국회 반응과 움직임 주목돼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양성평등 관련 법안이 입법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입법부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다.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할 국회는 오히려 각종 성 추문에 휩싸였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에서 홍대 몰카범 수사가 성(性) 편파적이라는 주장의 시위가 열렸다. 해당 시위에는 여성 1만 2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워마드’ 사이트에 올린 여성 모델 안모(25)씨가 수사 착수 11일만에 구속된 데 대해 “피해자가 남성이라 유달리 강경하게 수사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페미니즘이 화두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 방지를 비롯해 사회·정치·문화 전반의 양성평등 운동과 관련 이론을 망라하는 개념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관심은 서점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82년생 여성의 삶을 통해 여성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보여준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유리 천장은 실존
우리 사회 양성평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척도는 ‘유리천장지수(여성 승진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는 현상)’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8일 발표한 2018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9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의 존재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직장인 819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유리천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의 65.7%, 남성 응답자의 41.3%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우리 국회 현실은?
문제는 이 같은 현실에도 양성평등을 법제화할 수 있는 국회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양성평등 제도의 정비 및 사회 인식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작 관련 제도와 법을 정비해야 할 국회는 오히려 각종 성 추문에 휩싸였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 10건은 여성가족위원회에 여전히 계류중이다. 법과 제도 마련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은 표로써 반응을 한다”며 “페미니즘을 건드렸을 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를 계산하고, (페미니즘 지지로 인해 얻는 것이) 다수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는 등 여성 권리 신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일부 수석들은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을 적극 지지하는 ‘위드 유(With you·나도 함께한다)’ 팔찌를 차고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양성평등 요구와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페미니즘 법제화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향한 성적 폭력에 대한 보호책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실질적 기회와 인식의 평등이 제도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