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실적 삐끗…車보험료 인하 '치킨게임'
입력 2018.05.19 06:00
수정 2018.05.19 09:53
빅5 1분기 순익 6837억원…전년比 31.3%↓
자동차보험 가격 경쟁 여파…눈치싸움 계속
국내 빅5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초반 실적이 1년 전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성적 상승에 함박웃음을 지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손보사들의 잇따른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따른 영향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손보업계 최대 사업자인 삼성화재가 또 다시 경쟁 신호탄을 쏘면서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국내 5대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6837억원으로 전년 동기(9949억원) 대비 31.3%(3112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봐도 모든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액수 기준으로는 삼성화재의 순이익이 가장 많이 줄었다. 삼성화재의 당기순이익은 3004억원으로 같은 기간(5005억원) 대비 40.0%(2001억원)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 순익에는 본사 건물 매각에 따른 2600억원 가량의 일시적 이익이 반영돼 있어 감소폭이 더 커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증감율로 보면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이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은 1056억원에서 612억원으로 42.0%(444억원) 급감했다. DB손보의 당기순이익 역시 1724억원에서 1196억원으로 30.6%(528억원) 줄었다. 이밖에 현대해상은 1164억원에서 1077억원으로, KB손보는 1000억원에서 948억원으로 각각 7.5%(87억원)과 5.2%(52억원)씩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이는 손보업계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를 떠올리면 상당한 변화다. 해당 손보사들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총 2조8511억원으로 전년(2조3436억원) 대비 21.7%(5075억원)나 늘었었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자동차보험에서의 손해율 개선이었다.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9.9%로 전년(82.1%)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에서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보험사의 수익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처럼 손해율이 낮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손보사들은 경쟁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 시작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벌어진 실적 부진의 한 요인으로 이 같은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의 여파를 꼽는다.
앞으로 이런 손보사들 사이의 경쟁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의 선두 업체인 삼성화재가 올해도 보험료를 내리면서 이를 이끄는 형국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개인용·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1.6% 내린 삼성화재는 올해 4월에도 0.8%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경쟁은 결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싸움"이라며 "삼성화재에 비해 다른 손보사들의 경우 보험료 인하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상황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만큼 가격 조율 시기를 두고 눈치작전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