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창수의 지리산 산책 ⑤] 섬호정 가는 대밭길에 부는 섬진강 바람

조동석 기자 (dscho@dailian.co.kr)
입력 2018.05.09 13:57 수정 2018.05.31 10:10

일주일에 한번은 주변 친구들과 어딘가를 꼭 가야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근 10년 째 이어진 일입니다. 물론 각자의 손에는 사진기가 들려있지요. 생각해보면 걷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손에 골프채가 있으면 즐거운 발걸음으로 열심히 걷지요. 인간은 놀이동물입니다.


10년 가까이 주로 하동 지역 섬진강과 지리산 일대를 다니다보니 안 가본 곳이 없어 매번 어디를 갈까 고민이 많습니다. 여하튼 오늘은 하동 읍내의 그리 높지않은 갈마산 정상에 있는 섬호정에 갔습니다. 읍내 사람들이 운동삼아 아침 저녁으로 자주, 많이 찾는 곳입니다. 섬호정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방향이지만 어느 길이든 대밭길을 거쳐야 합니다.


섬진강에서 불어 오는 거친 바람이 대밭길에서 갈래갈래 흩어지면서 순해져, 걷는 이들의 발길을 시원하게 합니다. 빛과 바람이 어우러진 따스한 길입니다.


대밭길 사이사이를 돌아 정상에 올라가니 섬호정 정자가 반깁니다. 오래된 정자는 아니지만 오래 묵은 벚나무들과 어울려 제법 예스러운 맛이 납니다.


이곳에 오니 부는 바람이 또 다릅니다. 섬호정에 부는 바람은 벚나무숲 사이를 다닙니다.


대밭길보다는 하늘이 많이 열려 있어 빛과 바람의 일렁거림이 훨씬 분주합니다. 빛의 반짝임으로 눈이 맑아지고, 바람의 일렁거림으로 호흡이 깊어집니다. 깊은 호흡은 정신도 튼실하게 합니다. 벌써 바람이 시원한 것을 보니 여름 문턱인가 봅니다.


내려오는 길에 빛 가득한 나뭇잎을 보았습니다. 가피(加被)와 은총이 함께 합니다. 예쁩니다.



이창수 사진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샘이깊은물, 국민일보, 월간중앙에서 16년동안 사진기자를 지냈다. 2000년 지리산 자락인 하동군 악양골 노전마을에 정착했고, 자연과 시대의 삶을 진정한 마음으로 드러내려는 사진을 즐기며 걷는 사람이다.

히말라야 14좌의 베이스캠프까지 길을 걸으며 히말라야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 지리산학교 선생, 국립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동석 기자 (dsch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