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도 못 잡았는데…" 온라인 생보 시장 벌써 '주춤'
입력 2018.05.02 06:00
수정 2018.05.02 06:04
지난해 CM 채널 초회보험료 102억…전년比 10.1%↑
증가세 확연히 둔화…특화 상품 통한 해법 찾기 분주
국내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성장속도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은 기존 생보업계에서 새로운 판매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고조돼왔다. 하지만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생보사들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5개 생명보험사들의 온라인 사이버마케팅(CM) 채널 초회보험료는 102억500만원으로 전년(92억6900만원) 대비 10.1%(9억3600만원)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생보사 별로 보면 온라인 판매 선두 자리는 온라인 전문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차지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지난해 CM 채널 초회보험료는 37억9100만원으로 생보사들 가운데 최대를 기록했다. 또 전년(26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43.1%(11억4100만원) 증가한 액수다.
이밖에 같은 기간 CM 채널 초회보험료가 5억원 이상 늘어난 곳은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정도였다. 한화생명은 13억7600만원에서 21억800만원으로, 삼성생명이 13억1900만원에서 19억1500만원으로 각각 53.2%(7억3200만원)와 45.2%(5억9600만원)씩 증가했다.
반면 KDB생명의 부진은 최근 생보업계 온라인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온라인 초회보험료는 7억4000만원으로 전년(25억4800만원) 대비 71.1%(18억800만원) 급감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사수하던 KDB생명은 최근 유동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안팎으로 구조조정 압박에 영업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분명 전반적인 모습만 보면 생보업계의 온라인 판매 시장은 확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생보사들의 CM 채널 연간 초회보험료는 2012년(14억6900만원)과 비교하면 594.7% 급증한 액수다. 불과 5년 새 7배 가까이 시장이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성장률만 놓고 보면 생보업계 온라인 시장의 확대 속도는 둔화되는 추세다. 2017년 이전 3년 간 생보사들의 CM 채널 초회보험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4년 224.9% ▲2015년 60.6% ▲2016년 22.7% 등이었고 지난해에는 겨우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지난해 생보사들이 거둔 전체 초회보험료(7조3099억원) 가운데 CM 판매가 차지한 몫은 고작 0.1%에 불과하다. 아직 온라인 시장이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의 개선으로 CM 채널이 새로운 영업 창구로 각광을 받았지만 생보사의 상품 특성 상 한계도 분명한 것이 사실"이라며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도 어려운데다 한 번 가입하면 수십년 간 돈을 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 생명보험 상품을 선뜻 온라인으로 구매하기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생보사들은 온라인 채널만의 특화 상품으로 새로운 전기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존 암보험이나 질병보험 등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질병을 함께 담보했지만 온라인 보험에서는 당뇨병이나 유방암 등 고객이 원하는 질병만을 선택해 담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또 입원비나 수술비와 같은 질병치료를 위한 특정급부만 집중 보상하는 온라인 보험도 내놓고 있다.
특히 변액보험과 연금보험 등 최근 생보사들의 핵심 상품인 저축성 보험의 온라인 출시가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른 채널에 비해 낮은 수수료를 비롯한 사업비 절감으로 높은 연금수령액과 해지환급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판매의 장점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생명보험 신계약 판매가 줄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저렴한 보험료와 간편한 가입절차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채널의 급속한 성장은 주목할 만한 의미를 지닌다"며 "보장성보험과 더불어 사업비가 적게 드는 온라인 전용 저축성 보험의 판매가 활성화 될 경우 CM 채널의 성장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