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샌안토니오, ‘밀레니엄 신왕조’ 건국
입력 2007.06.16 10:44
수정
탄탄한 조직력 앞세워 4번째 우승
토니 파커, 유럽출신 첫 챔피언전 MVP 등극
미국 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역대 ‘왕조’의 반열에 올라섰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NBA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4전 전승으로 완승한 샌안토니오는 이로써 보스턴 셀틱스(16회), LA 레이커스(14회), 시카고 불스(6회)에 이어 역대 최다 우승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최근 10년간 레이커스(3회, 2000~2002)를 제치고 NBA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하게 21세기를 대표하는 최고명문구단으로 우뚝 섰다.
샌안토니오는 21세기 NBA ‘세계화’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역대 어떤 왕조와도 구분되는 ‘다국적군’의 이색적인 팀컬러를 자랑한다. 팀의 기둥인 ‘빅3’만 하더라도 팀 던컨은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출생의 이중국적자이고, 마누 지노빌리는 아르헨티나 출신, 챔피언전 사상 첫 유럽출신 MVP를 차지한 토니 파커는 벨기에 태생의 프랑스인이다. 세르비아계 출신의 미국인인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지휘 아래 각기 다른 문화와 개성을 지닌 선수들이 한데 모였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인드에 있었다.
‘빅3’를 비롯한 샌안토니오의 주전급 대부분은 한 팀에서 3~5년 이상 호흡을 맞추며 NBA 30개 구단을 통틀어 최고의 조직력을 자랑한다. 화려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슈퍼스타는 없지만, 어떤 팀을 상대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수비와 조직력은 샌안토니오를 21세기 최강의 팀으로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샌안토니오는 팀 던컨이 합류한 97시즌 이후 10년간 평균 5할 승률 이상, 플레이오프 연속 진출과 홈 어드밴티지를 놓쳐본 적이 없다. 토니 파커(2001년)과 마누 지노빌리(2002년)가 잇달아 합류한 2000년대 이후에는 LA 레이커스의 3연패를 저지하고 최근 5년간 세 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정규시즌 58승 24패로 댈러스와 피닉스의 돌풍에 밀려 서부 3번 시드를 차지한 샌안토니오는 플레이오프에서 소리 없이 진가를 과시했다. 정규시즌 평균 90.1실점으로 NBA 30개구단 중 1위를 차지했던 철통같은 수비력을 앞세워, PO에서 덴버(4승 1패)-피닉스(4승2패)-유타(4승1패)를 강력한 득점력과 슈퍼스타를 자랑하는 ‘공격형 구단’들을 잇달아 격침시키며 단 한 차례도 연패를 허용하지 않는 꾸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샌안토니오의 저력은 높이와 스피드를 동시에 갖추었다는데서 나온다. 리그 최고의 인사이더 팀 던컨을 앞세운 고공농구와 하프코트 오펜스도 위협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외곽슛이 좋은 마누 지노빌리와 돌파력이 걸출한 토니 파커를 앞세워 100점대 이상의 다 득점 싸움과 러닝 게임도 가능한 샌안토니오의 저력은, 상대팀에 따라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컬러를 발휘했다.
수비의 스페셜리스트 브루스 보웬은 내로라하는 상대 주득점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리그 최고의 클러치 슈터를 자랑하는 로버트 호리와 마이클 핀리같은 베테랑들도 위기에서 힘을 보탰다.
‘우승청부사’ 호리는 샌안토니오에서 통산 7번째 정상(휴스턴-LA)을 거머쥐며 현역선수 중 가장 많은 우승반지를 거머쥔 선수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 시즌 베테랑 최저연봉을 감수하고 샌안토니오를 선택했던 마이클 핀리도 데뷔 12년 만에 첫 우승반지를 따내는 감격을 누리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로써 명실상부 NBA 신흥명문의 반열에 올라선 샌안토니오는 앞으로도 당분간 황금시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전성기에 접어든 던컨-파커-지노빌리의 ‘빅3’가 아직 젊은데다 주전과 벤치를 통틀어 최고의 캐미스트리를 자랑한다는 것이 장점. 일부 베테랑들의 노쇠화가 다소 변수지만 호리나 핀리같은 사례에서 보듯,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는 매력 때문에 내년에도 샌안토니오행을 원하는 베테랑 스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샌안토니오의 유일한 아쉬움은 역대 왕조들에 비하여 한 차례도 연속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 특히 1999년부터 시작된 ‘홀수해 우승’ 징크스와 2003년 두 번째 정상이후 계속되고 있는 ‘징검다리 우승’ 징크스는 내년을 기약하는 샌안토니오의 새로운 도전 과제다. 물론 한 차례도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한 수많은 NBA 구단과 슈퍼스타들에게는 배부른 투정이겠지만 말이다.
☞ [NBA] 외로운 슈퍼스타들 ´원맨팀은 싫어´
데일리안 스포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