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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유커-하] 뷰티는 '쓴웃음'…포스트차이나 공략 잰걸음

손현진 기자
입력 2018.04.17 06:00 수정 2018.04.17 06:02

13개월 만에 '유커의 귀환' 시그널…환영 분위기 없는 화장품 업계

사드로 배운 '차이나 리스크'…연초부터 포스트 차이나 진출 소식 잇따라

지난해 3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 이후 연일 감소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세에 접어들었지만, 뷰티업계에서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니스프리가 지난해 미국 뉴욕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모습. ⓒ아모레퍼시픽

지난해 3월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 이후 연일 감소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최근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실적 반등 기대감이 깃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드 갈등으로 실적이 급락했던 시기를 교훈 삼아 '포스트 차이나'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4월호를 보면 지난달 중국인 방한 관광객은 지난해 3월에 비해 13.3%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뒤 올해 초까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만 무성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앞서 '큰 손'으로 통했던 유커의 귀환을 반길 법도 하지만, 오히려 중국 이외의 시장을 모색하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중국 정부의 금한령(한류 금지령)으로 국내 화장품 기업별 실적이 크게는 절반 이상 급감하면서, 유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던 탓이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수의 추이와 관계 없이 해외 시장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간 매출 6조291억원, 영업이익은 7315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각각 10%, 32.4% 꺾였다.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 설화수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 있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단독 입점했다. ⓒ아모레퍼시픽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작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많이 해놓고 있다"며 "지금 중국과 아세안, 미국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중동과 호주, 필리핀, 러시아 등 신규 시장 진출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 또한 "올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할 것"이라며 "중동과 호주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미주·아세안에서 신규 브랜드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모레는 올해 초 현지 뷰티 마케팅 전문가를 법인장으로 둔 호주법인을 세운 데 이어, 드럭스토어 '세포라' 호주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 '라네즈'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라네즈에 그치지 않고 럭셔리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브랜드숍 '이니스프리' 등을 호주 시장에 잇따라 론칭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생활용품·음료로 구성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사드 직격탄'은 피할 수 있었지만, 추가 성장을 위해선 해외 판로를 넓히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점으로 하면서 북미와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사업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샤의 벨라루스 매장 모습. ⓒ에이블씨엔씨

이들 기업은 국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대량 구입해 중국에서 저가에 판매하는 '보따리상(따이공·代工)'을 겨냥한 1인당 구매수량 제한 정책도 지속할 예정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맞춰 구매제한을 풀면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면세점 채널에서 시행하는 구매제한 정책은 지속 시행할 방침"이라며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관광객 감소가 주요 관광상권 침체로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던 브랜드숍들도 신규 시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들어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매장 1·2호점을 동시 오픈했고, 네이처리퍼블릭 은 인도네시아에 1호점을 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인도네시아는 포스트 차이나 대표 시장으로 주목받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라며 "이밖에도 중동과 유럽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금한령을 기점으로 중국 내 K-뷰티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업계의 우려가 높다"며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아지더라도 그들이 예전만큼 화장품을 소비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줄지어 '포스트 차이나' 시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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