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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하나된 南北예술단…웃고 울며 "안녕히 다시 만나요"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입력 2018.04.03 20:55 수정 2018.04.03 20:58

'우리의 소원은 통일·다시 만납시다' 합창…10분간 기립박수 쏟아져

北관객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만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 공연에서 남북 출연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우리의 소원은 통일·다시 만납시다' 합창…10분간 기립박수 쏟아져
北관객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만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목 메여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3일 오후 3시(평양시각·서울시각 오후 3시30분) 평양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우리는 하나'에서 마지막 곡인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부른 남북 가수들이 눈물과 웃음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은 앞서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과 합동무대로 꾸려져 그 의미를 더했다. 1만2000석을 가득 메운 북측 관객들은 전원 기립해 손을 크게 흔들며 10여분이 넘게 박수를 보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조용필이 열창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공연이 다 마무리 된 뒤에도 무대와 객석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감동을 더했다. 북측 관계자들이 남측 가수에게 꽃다발을 전해주자 큰 함성이 쏟아졌고, 남측 가수 서현과 북측 가수 김주향은 마주보며 울고, 웃었다.

이날 공연은 우리 가수들과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합동무대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남북 예술단은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합창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선희, 최진희, 백지영, 정인, 알리, 서현, 레드벨벳은 북측 여성 가수들과 '한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라는 가사가 담긴 북측 노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부르기도 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에서 개별공연이 끝난 후 남북 출연진이 함께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개별 가수들의 남북 듀엣 무대도 이어졌다. 남측 가수 이선희와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 김옥주가 'J에게'를 부르며 감동을 선사했고, 남측 가수 정인과 알리, 북측 단원 김옥주, 송영이 '얼굴'을 부르며 하모니를 이뤘다.

이날 공연은 남북 합동무대인 만큼 양측 사회자가 함께 진행을 맡았다. 지난 2월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서현과 북측 최효성 '조선중앙TV' 방송원은 주거니 받거니 진행을 펼쳤다.

서현은 "불과 두 달 전에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멋지게 공연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평양에서 언젠가 공연하겠다는 꿈을 꿨는데 일찍 이뤄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다시 한 번 만나서 너무나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상대 진행자인 최효성은 "시작부터 걸음을 잘 띠었다. 북과 남 예술인 무대를 통해 민족의 화해 단합 통일을 바라는 지향과 염원이 얼마나 뜨거운지 절감하게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같이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객석에는 북측 관계자를 비롯한 일반 주민 1만여 명이 자리했다. 주석단 좌석 배치는 박춘남 문화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순으로 배석했다

이날 남북 대표 두 진행자는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남측에서는 '가왕' 조용필을 비롯해 이선희 최진희, 실력파 가수 강산에, 김광민, YB(윤도현밴드), 백지영, 정인, 알리, 서현,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 등 총 11팀의 가수와 북측에서는 삼지연관현악단이 함께했다.

북한에서도 잘 알려진 가수 조용필은 자신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연주에 맞춰 '그 겨울의 찻집', '단발머리', '꿈', 여행을 떠나요' 등 히트곡을 열창했다. 이선희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서울 공연에서 부른 'J에게'와 '아름다운 강산'을, 최진희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사랑의 미로' 등을 선보였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도종환 문체부 장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윤상 음악감독 등 참석자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같이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외할머니가 이산가족인 윤도현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거리 1178km를 뜻하는 곡 '1178'을 불렀고, 실향민 부모를 둔 강산에는 실향민의 애환을 담은 '...라구요'를 열창했다. 디바 트리오 백지영·정인·알리는 발라드 감성을 평양에 전했다. 정인은 '오르막길'로 공연의 포문을 열고 이어 알리가 '펑펑'을, 백지영은 북한에서도 인기를 누린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말아요'를 불렀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에서 북측과 합동 무대를 가졌던 서현은 이날 북한 가요 '푸른 버드나무'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서현은 이날 목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노래를 이어갔고, 관객들은 미소를 지으며 큰박수로 응원했다.

이번 공연의 유일한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빨간 맛' 무대에서는 북측 관객들이 처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않다가, 무대가 끝난 뒤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공연이 펼쳐졌다.개별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합동으로 '우리의 소원'을 부르자 북한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관객들은 우리 노래에 박수와 감격어린 표정으로 공감하면서, 북측 노래가 나오면 함께 따라부르며 무대마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객석에서 만난 북한 관객은 "(남북) 우리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 우린 통역도 필요없잖아. 그런데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자신을 UN에서 일하는 알제리 국민이라고 소개한 외국인 관객은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남북이 어서 통일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예술단원들이 공연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공연 소감을 묻는 남측 취재진의 질문에 "공연이 잘된 것 같다. 훈련이 많지 않았고 거의 반나절 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실수 하나 없이 너무 잘했다"며 가장 좋았던 무대에 대해 "남북이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우리 예술단은 이날 남북 합동공연을 끝으로 모든 방북 일정을 마치고 밤늦게 인천공항으로 귀환한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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