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배구조 개편으로 ‘낙하산’ 방어
입력 2018.03.05 12:18
수정 2018.03.05 15:09
지배구조 위원회’ 권한 강화, ‘CEO 추천위’ 구성 시기 당겨
“CEO 선출 투명성 및 공정성 강화” vs "안정적 연임 위한 수단일 뿐“
지배구조 위원회’ 권한 강화... ‘CEO 추천위’ 구성 시기 당겨
“CEO 선출 투명성 및 공정성 강화” vs "안정적 연임 위한 수단일 뿐“
KT가 지난 2일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절차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시했다. KT는 이사회를 둘로 나눠 CEO 후보 권한을 분산시키고, CEO 선정 절차를 좀 더 까다롭게 했다. 주인없는 기업으로 꼽히는 KT가 ‘낙하산 인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승적 차원에서의 접근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 “낙하산 차단...안정적 승계구조 구축”
공시를 살펴보면 KT는 CEO 후보 선정부터 확정까지 그 과정을 세분화하고, 후보자들의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그동안 KT는 CEO추천위원회(사외이사 8명 전원 + 사내이사 1명)가 후보군 선정부터 결정까지 전 과정을 맡았지만, 바뀐 정관에서는 CEO추천위원회와 상설 기구였던 ‘지배구조위원회(사외이사 4명+사내이사 1명)’가 권한을 나눠갖고 진행한다.
지배구조위원회가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면, 회장후보심사위원회(전 CEO추천위원회)가 후보자들을 결정하고 이사회 전원(사외이사 8명 + 사내이사 3명)이 최종 후보를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 구성 시기도 길어졌다. 과거 ‘전임 회장 임기 만료 2개얼 전’에서 ‘3개월 전’으로 앞당겨졌으며, 사외이사 선임 조건 역시 추가됐다. ‘정보통신, 금융, 경제 등 관련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나 전문지식을 보유하였는지 여부’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의 내용이 신설됐다.
특히 회장후보 심사기준도 명확해지고 까다로워졌다. KT는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특정했다. 향후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들의 회장 선임을 미리 차단하는 방패막이로 작용할 것을 예상된다.
KT는 이같은 사항을 오는 23일 열리는 주총에서 의결한다. 적용시기는 황 회장의 연임 임기가 끝나고, 차기 CEO를 선출해야 하는 내년 말부터이다.
◆ 사외이사 자리에 누가 오나? 실효성은?
CEO 후보 선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사외이사 자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는 사외이사 8명 중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3명을 대체해 주총에서 후임자를 의결한다.
KT는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임하고, 참여정(전 경제정책 수석)부 시절 사회문화수석을 지낸 이강철 씨와 경제수석을 지낸 김대유 원익투자파트너스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의 임기는 3년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황 회장이 현 정부에 맞춘 ‘코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T가 참여정부 인사들을 통해 황 회장과 국정농단과의 연결 고리 등 ‘기업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특단의 조치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사외이사의 독립성 답보가 문제가 된다. 오너가 없는 KT에서는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외이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그러나 현 KT의 사외이사 구성원의 이력을 살펴보면 직간접적으로 황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KT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9월말까지 총 40번의 이사회를 진행했지만 사외이사의 반대표가 나온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기간동안 KT는 152건의 안건을 상정, 모든 안건이 100% 원안 가결됐다.
이번 지배구조개편안 변경 역시 주총에서 별다른 난관이나 장애물 없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이번 개편안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에 대한 장치는 전혀 없다”며 “전문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외이사를 영입해 지배 구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