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비 인터뷰 화제 "동료들의 침묵이 있었다"
입력 2018.02.22 00:36
수정 2018.02.22 12:47
김소희 대표의 해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배우 이승비의 인터뷰가 새삼 화제다.
김소희 대표는 연극계 성폭력에 대한 JTBC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박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도 여성이면서 연극계의 동료이자 같은 여성이 입었던 피해를 반박하고 있는 것이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김소희 대표는 "그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서 벌어진 실수였다. 당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실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우 이승비의 인터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승비는 지난 20일 TBS '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승비는 자신이 경험했던 성폭력을 털어놓으며 당시 성폭력을 묵인했던 연극계 분위기를 폭로했다. 연출가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연출가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을 감내해야했다는 것. 자신이 몸담았던 극단은 원래 그런 곳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승비는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드러냈다.
인터뷰를 진행한 장윤선 기자는 "성범죄를 관행으로 표현할 수 없는데 이걸 관행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표현한 것도 놀랐는데 그 극단도 그런 곳인가"라며 놀라했다. 하지만 이승비는 "이미 연극계에서는 다 알고 있던 사실들이다"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승비는 "아직 주류에 진입하지 못한 어리고 경험이 없는 배우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그걸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극단에서 나왔다. 그런 사람들이 더 있었을텐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극단에 들어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승비는 "연극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침묵한 것이 부역자라고 보느냐"라는 장윤선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그 연출가보다는 그 아래에서 있었던 사람들. 특히 남자선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행정실을 찾아갔지만 내 말을 무시하고 다른 말을 했다. 여성분임에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미 그 연출가와 행정실이 이야기가 된 것이다. 또한 이유없이 배역, 분량이 줄어들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승비가 당한 불이익은 배역과 분량만이 아니었다. 이승비가 술을 마시고 공연을 펑크난 무책임한 여배우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승비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도 내가 당한 것에 대해 아무도 동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승비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지극히 일부일 수 있다. 어쩌면 연극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가 더 뿌리 깊을 수 있다. 하지만 성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침묵이라는 점이다. 침묵은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함께하는 공범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