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백진희 "끼 없는 나, 한계 들키지 않으려 노력"
입력 2018.01.31 09:00
수정 2018.02.01 09:30
KBS2 월화극 '저글러스'서 좌윤이 역
"사랑스러운 캐릭터 표현해 만족"
KBS2 월화극 '저글러스'서 좌윤이 역
"사랑스러운 캐릭터 표현해 만족"
"좌윤이를 꼭 잘 해내고 싶었어요. 캐릭터가 힘을 잃지 않고, 사랑받아서 정말 기쁩니다."
최근 종영한 KBS2 '저글러스'에서 주인공 좌윤이로 분한 백진희(27)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고 했다.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데뷔한 백진희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금 나와라 뚝딱!'(2013), '기황후'(2013), '트라이앵글'(2014) , '오만과 편견'(2014), '내 딸, 금사월'(2015), '미씽나인'(2017) 등에 출연했다.
자기 자신을 끼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그래도 꾸준히 주연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 딸, 금사월'에선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고, '미씽나인'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주춤했다.
'미씽나인' 종영 후 로맨틱 코미디에 욕심낸 그는 자신과 딱 맞는 옷 '저글러스'를 만났다.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만능비서 좌윤이는 밝고, 발랄했다. 그간 어둡고 진중한 캐릭터를 해온 백진희는 오히려 상큼한 옷을 입고 훨훨 날았다.
30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백진희는 "'저글러스'를 떠나보내는 게 아쉽다"며 "마지막 촬영 때 울컥해서 펑펑 울었다. 내겐 절실한 드라마였다"고 종영 소회를 털어놨다.
극 초반 다리 부상으로 고생한 그는 작품에 폐를 끼칠까 봐 노심초사했다. 시청률도 아침마다 확인했다. "경쟁작이 먼저 시작한 터라 승산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전작에 대한 아픔도 있고, 초반 분량도 많아서 극 초반에 역량을 다 쏟아부으려고 했어요. 윤이가 끌고 가는 부분이 많아서 실수하면 안 됐어요."
비서 역할을 위해 이것저것 신경 쓴 그는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캐릭터는 최대한 사랑스럽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회사에선 똑부러지지만 집에서는 풀어져 있는 모습, 그리고 끝까지 사랑스러운 모습에 중점을 뒀다. "'미씽나인' 종영 후 하루에 한 편씩 로맨틱 코미디를 봤어요. 제가 가진 장점을 로맨틱 코미디에서 극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그려진 게 마음에 들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캐릭터가 무너지면 외면받거든요. 저에게도 한 번의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글러스'가 그런 작품이 됐어요. 몇만 분의 운을 잡은 셈이죠."
실제로 애교가 많은 그는 남치원 역의 최다니엘과 달달한 로맨스로 사랑받았다. 최다니엘과는 같은 소속사 식구다. 배우는 "최다니엘 오빠와 서로 상의하며 로맨스 장면을 만들어냈고, 감독님도 다 수용해 주셔서 예쁜 장면이 나왔다"고 미소 지었다.
이전까지 작품 속 캐릭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백진희는 이번 작품에선 억지로 변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끄집어냈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었다. "윤이 자체가 매력적이었죠.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내 안의 모습을 끄집어 내고 싶었답니다."
어느덧 데뷔 10년차를 넘었다. 백진희는 "여기까지 잘 왔다고 스스로 다독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작품 할 때마다 연기력이 뛰어나게 나아지지 않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감사해요. 예전에는 연기에만 집중했다면 요즘은 좀 더 멀리 바라보고 있어요. 책임감을 느끼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바라보고 있답니다. 주인공으로 극을 끌어갈 힘과 직업에 대한 진정성을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를 담담하게 얘기했다. "공백기 때 영어 공부도 하고, 일어 공부도 하고, 수영도 다녔어요. 꽃꽂이도 배우러 다니고. 근데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난 배우인데 여기서 뭘 하는 걸까, 배우는 연기를 해야지'. 결론은 연기였어요. 쉬는 동안 브라운관 속 배우들과 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휩싸였어요. 자책도 많이 하고. 나와 맞는 캐릭터와 장르를 꼭 한 번만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바랐죠."
스스로 끼가 없다고 토로한 그는 "센스와 끼를 타고난 분들이 부럽다"며 "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더라.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내 한계를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전 사서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지나갈 일은 지나가고, 노력해도 안 될 일은 안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반대로 될 일은 어떻게든 되더군요."
끼가 없다고 자책했지만 그래도 주연으로 발탁된 걸 보면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잘 견뎌냈다고 생각한다"며 "주인공은 위축되지 않고, 외부 요소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웃었다.
백진희는 매년 국내·외 봉사활동에 힘쓴다. 어렸을 때부터 아동 인권에 관심이 많았단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힐링 그 자체"라며 "날 반겨주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해진다.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전엔 제가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하찮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격려해요."
30대의 백진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공백기 때마다 잊힐까, 퇴보될까 두려웠죠. 이번 작품을 통해선 그런 걱정과 부담을 덜어냈어요. 30대 때는 입지가 굳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