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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수사드라마’ 가능성 보여준 <히트>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5.23 17:50
수정

여성캐릭터 내세운 이색적인 범죄수사물

한국형 ‘트렌디물’과 미국형 ‘장르’물의 불완전한 결합

CSI가 ‘춤추는 대수사선’을 만나면 ´히트´팀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21세기형 한국식 수사드라마를 표방했던 <히트>(MBC)가 남긴 성적표다.

22일 종영한 <히트>는 멜로와 시대극이 강세를 보이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시도의 ‘장르극’으로 눈길을 모았다.

<수사반장>이나 <폴리스>이후 한동안 국내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정통 형사액션물을 부활시켰으며, 특히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범죄물 장르에서 여성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보였다.

최근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미국드라마)와 전문직 드라마의 열풍을 반영하듯, <히트>는 다분히 나 연상시키는 설정을 보여줬다.

살인, 마약,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전문수사팀의 활약상. 저마다 독특하고 상이한 개성을 지닌 팀원들의 조화. 거듭되는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옴니버스식 구성 등이 대표적이다.

<히트>는 여기에 다분히 ‘한국적인’ 트렌디 드라마의 설정을 덧입혔다. 첫사랑을 연쇄살인범에게 잃고 강력반 형사로 거듭나는 차수경(고현정)과 유년시절의 상처를 간직한 검사 김재윤(하정우), 가족과의 불화로 고뇌하는 노형사 장용하(최일하), 뺀질한 성격의 심종금(김정태) 등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내용들도 다분히 인간적이다.

<히트>의 강력수사팀은 하나의 공적인 조직체이기 이전에 각 캐릭터들의 인간적 유대관계와 신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한국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한 팀 내 형사와 검사라는 특별한 관계로 놓여있는 차수경과 김재윤이 사랑에 빠져든다는 설정이나, 극중 모든 사건들이 각자 팀원들의 개인적 사연들과 연관 지어 해결하는 구성 등도 한국드라마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히트>는 정통 수사물로서의 ‘전문성’을 포기하고 중반부부터 다소 어수선한 구성을 노출하기도 했다. 주로 이성과 논리보다는 감성과 직관에 의존하여 상황에 대처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감정의 비약과 우연이 넘쳐나는 전개는 드라마의 설득력을 다소 떨어뜨렸다.

좀 전까지 생사가 오고가는 총격전을 치르고도 한가롭게 유람선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주인공이나, 상부 지시 없이 독단적인 행동을 수시로 저지르는 팀원들의 모습 등 사건 수사과정에서 치밀함이 떨어지는 설정들은 <히트>를 전문적인 수사드라마라기보다는, 수사극의 형식을 차용한 멜로나 트렌디드라마로 보이게 만들었다.

나 <춤추는 대수사선>같은 작품의 경우에서 보듯, 장르극을 지탱하는 최대의 매력은 바로 캐릭터들의 매력에 있다. <히트>는 차수경, 김재윤, 남성식, 심종금 등 저마다 상이한 개성을 지닌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지니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캐릭터간의 조화와 긴장관계에서 유발되는 시너지 효과가 다소 희미해진다.

<히트>의 등장인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과 연관된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캐릭터도 진화를 멈추고 그 개성이 상실된다. 사건만 해결하면, 첫사랑의 상처도 극복하고, 가족과의 불화나 동료들 간의 갈등도 순식간에 해결되는 식이다. RPG 게임을 연상시키는 <히트>의 이런 구성은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매력을 단순화시켜버리며, 내러티브의 유연성과 수명마저 단축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히트>는 전문적인 장르드라마가 아직 발달하지 못한 국내에서 그 자체로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조화와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는 20부작을 넘어서, 시즌제 드라마로서의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향후 시도될 <히트>같은 드라마들이 완성도 높은 장르극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스케일을 강조하는 미국-일본 드라마의 디테일과, 감정의 희로애락을 부각시키는 인물 위주의 전개를 우선시하는 한국적인 드라마 사이에서 적절한 ‘구성의 묘’를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보인다.

한편, 히트 마지막 회에서는 차수경과 김재윤이 사건도 마무리하고 사랑도 이루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시청자들은 ‘히트 마지막 회 다시보기’와 ‘히트 키스신’ 등을 검색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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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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