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양세종 "촬영 때마다 골방 들어가는 이유"
입력 2017.12.03 08:00
수정 2017.12.04 09:02
SBS '사랑의 온도'서 온정선 역
"소통·감정·표현 배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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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랑의 온도'서 온정선 역
"소통·감정·표현 배운 작품"
"괴물 신인, 차세대 연하남이요? 누가 그래요? 하하. 처음 듣는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요."
2017년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는 양세종(25)은 외부의 평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만난 그는 연기에만 몰입하는 스타일이었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그는 '골방'을 따로 계약해 외부와 모든 걸 차단한 채 연기에만 집중한다. 휴대폰은 무음 상태로 하는 터라 연락이 와도 모른다. 작품이 끝날 즈음에 다시 휴대폰을 켜고 지인들에게 "미안하다"며 연락한단다.
자기 주관이 확고한 '2017 최고의 신인'을 27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최근 종영한 '사랑의 온도'는 6살 나이 차가 있는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호흡한 바 있는 서현진, 양세종이 만난 이 드라마는 초반 인기를 얻었으나 극 중반을 넘어서 지지부진한 전개와 길 잃은 이야기로 비판받았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바로 양세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재학 중인 양세종은 지난해 SBS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했다. 이후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 나왔고 '듀얼'을 통해 케이블 채널 주연을 꿰찼다.
짧은 기간 동안 보여준 성장은 놀랍다. 하지만 양세종은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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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종은 "드라마 종영 후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어서 나흘 만에 2.5kg이나 쪘다"고 웃은 뒤 "작품을 털어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데뷔 2년 만에 지상파 주연에 나선 그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단역이든 역할에 차이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며 "작품에 임할 때마다 차별성을 두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셰프 온정선으로 분했다. 직진 연하남인 그는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이현수(서현진)를 들었다 놨다 하며 그녀의 마음을 꽉 붙잡는 데 성공한다.
양세종은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눈빛만 봐도 설렌다"는 평이 이어졌다. 인기를 체감했는지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촬영을 앞두면 '골방'을 계약해서 연기에만 집중해요. 촛불 켜서 대본의 흐름대로 움직여보기도 하고요. 외부와 차단된 채 살다 보니 평가에 대해 잘 몰라요. 연기할 때만큼은 최선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기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아요. '듀얼'에 이어 '골방'을 계약했답니다(웃음)."
피드백은 제작진에게 듣는단다. 아무리 그래도 대중이 내리는 평가는 궁금할 만하다. "어떤 감독님께서 '정선아 조금만 편해져. 그래야 건강에 좋을 거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풀어놨는데 연기에 집중하지 못하겠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어요. 학교에 저랑 비슷한 친구들이 꽤 있어서 위안으로 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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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연하남',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도 들어보지 못했단다. 그는 "원래 성격이 외부적인 요인에 휩쓸리지 않는 편"이라며 "오늘 내가 할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연기는 정답이 없는 분야라 연기할 때는 이것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온도'에 대해선 "내가 몰랐던 감정, 표현, 소통을 일깨워준 작품"이라며 "모든 제작진, 출연진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서현진과는 '낭만닥터 김사부'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때는 선배와 후배로 만났는데 '사랑의 온도'에선 사랑하는 역할로 만났어요. 대본 리딩 때 처음 만났는데 두 시간 동안 대화한 덕에 어색한 느낌 없이 촬영했죠. 현진 선배와 대화를 자주 하며 리허설했는데 선배와의 호흡은 항상 행복했어요.
온정선과 양세종의 차이점을 물었다. 그는 "난 정말 솔직한 사람"이라며 "불합리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얘기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정선과 현수가 5년 후 재회한 장면이란다. 로맨스라 공감한 부분도 있었을 법하다. "대사가 정말 현실적이고 섬세해요. '연애했을 때 이랬지'라고 떠올렸죠. 나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상대방을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현수와 정선이도 그랬죠."
셰프 캐릭터를 위해선 장진모 셰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양세종은 "시간 날 때마다 연습했는데 단기간에 할 수 없는 부분은 장진모 셰프님이 도와주셨다"며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나 참치 김치찌개는 잘할 수 있다"고 밝게 웃었다.
하명희 작가가 칭찬한 적 없느냐고 묻자 "촬영 도중 장문 문자가 왔는데 '골방'에 있었던 터라 답문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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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종의 사랑의 온도는 몇 도일까. "자기 자신이 사랑의 온도를 매길 수 있을까요? 상대방이 느끼는 게 사랑의 온도겠죠. 작품 할 때는 '골방'에 있어서 연애는 절대 못 합니다(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 보고 눈물을 흘린 연극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친구들도 우는 걸 본 그는 '아 이거야!' 다짐하며 연기에 빠져들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까지는 2학기를 남겨 뒀다. 남중, 남고를 졸업한 그는 캠퍼스에서 인기가 많았을 법하다. "음...절 좋아한 선배들은 있었어요. 만나서 얘기했죠. 전 얘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대세'인 그는 광고계도 섭렵했다. 양세종은 "작품이든, 광고든 누군가가 선택해주는 건 감사한 일"이라며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마음이 끌리는 이야기를 택한다"고 했다.
'듀얼'에서는 1인 2역으로 나섰다. 이후 바로 '사랑의 온도'까지 촬영했다. 힘들 법하지만 그는 "정재영 선배와 호흡하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며 "현장에 있을 때 심장이 뛴다"고 미소 지었다.
연기 철학은 '진심'이란다. 배우 양세종이나 인간 양세종이나 항상 솔직하려고 한다.
연말 계획을 묻자 단순명료한 답을 들려줬다. "계획 세워 두지 않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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