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일전, 오승환 찾기야 말로 십년대계
입력 2017.11.17 09:04
수정 2017.11.17 09:04
일본과의 APBC 1차전서 7-8 석패
마무리 자원 잇따라 무너지며 불안
선동열호가 첫 공식경기 출항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봤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연장 승부치기 끝에 7-8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타선은 합격점, 불펜은 많은 아쉬움이 남은 경기였다.
먼저 대표팀은 김하성의 선제 홈런을 시작으로 일본 투수들에게 7점이나 뽑아내는 힘을 발휘했다. 특히 김하성은 한국이 0-1으로 뒤지던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일본의 선발 투수 야부타 가즈키의 초구를 받아쳐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로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이 홈런으로 노히트 무실점 호투 중이던 야부타는 급격히 흔들렸다.
슈퍼 루키 이정후도 못지않았다. 이정후는 4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좌전 2루타를 날리며 일본 열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경기 전 고졸 신인의 최다 안타 등극 소식을 접한 일본 언론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조 속에 허무하게 승리를 날린 불펜은 문제였다. 먼저 선발 장현식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새로운 ‘일본 킬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경기 막판 마운드에 오른 구원들이 집단 난조에 빠지고 말았다. 대표팀은 8회 장필준이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친 뒤 9회 마무리 김윤동이 경기를 매조지하기 위해 등판했다.
첫 타자 도노사키 슈타를 3구 삼진 처리할 때만 해도 승리가 잡는 듯 했으나 니시카와 료마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선동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다독였어도 소용이 없었다. 볼넷을 연속으로 2개나 내준 김윤동은 구와하라 마사유키에게 안타를 얻어맞은 뒤에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국 뒤이어 등판한 함덕주가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블론세이브가 되고 말았다.
비록 1경기에 불과하지만 김윤동의 마무리 카드는 실패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제구 난조를 겪었다는 점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은 이번에 소집된 선수들이 향후 대표팀을 이끌 주축들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래서 24세 이상 선수들을 3명이나 부를 수 있는 와일드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2018 아시안게임, 2019 WBC, 그리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등 매년 굵직한 일정을 치러야 한다. 매 대회가 단기전인 만큼 강력한 마무리 보유 여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선 감독은 선수 시절 KBO리그 역사상 최강의 마무리로 군림했고 감독이 된 뒤에는 삼성에서 오승환이라는 역대급 소방수를 길러내기도 했다. 현재 KBO리그에는 젊은 마무리 투수들이 크게 부족하지만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 여럿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선 감독의 안목이 어떤 옥석을 골라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