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퀄컴 M&A 추진...반도체 업계에 가져올 나비효과는
입력 2017.11.08 07:00
수정 2017.11.08 08:06
전 세계 3위 반도체 대형 공룡 탄생...삼성전자-인텔과 삼각 구도 형성
통신칩 중심 시스템반도체 분야...메모리 중심 국내 업체에 영향 제한적

통신칩 중심 시스템반도체 분야...메모리 중심 국내 업체에 영향 제한적
전 세계 반도체 업계 4위 업체인 브로드컴이 3위업체 퀄컴 인수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주목받고 있다.
양사간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회사 규모가 삼성전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삼성과 인텔간 치열한 종합반도체 1·2위 경쟁과 맞물리면서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순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이어서 현재 메모리반도체 중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사업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퀄컴측에 1050억달러(주당 70달러)에 부채 250억달러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총 1300억달러(약 140조원)에 인수하겠다는 공개 제안을 제시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지난해 미국 기업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인수한 싱가포르계 기업 아바고가 반도체 분야에서의 역량 및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통신칩을 생산하는 퀄컴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브로드컴은 전 세계 통신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하면서 삼성전자와 인텔을 추격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3위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 1992년 반도체업계 2위에 오른 뒤 25년만에 인텔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대형 경쟁자가 생기게 된다.
지난 2분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을 제쳤던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50%를 돌파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며 올해 반도체사업부 영업이익이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올해 업계 1위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퀄컴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기 했지만 애플과의 소송과 전 세계 각국에서 부담하게 된 과징금 문제 등으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합병 성사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퀄컴이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몸값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양사간 합병 가능성 여부와 별도로 최근 반도체 업계에 불어닥친 대형화 움직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부상으로 기존 PC·스마트폰·서버 등을 넘어 자동차·공장·웨어러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도체 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업체들간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다양한 기술력과 높은 생산력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퀄컴이 NXP반도체를 39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나 최근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도시바 반도체사업)를 인수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다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과 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대용량 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업체로 퀄컴은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등 통신칩 1위 기업으로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는 사업적으로는 많이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이 대형 반도체 업체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는 하겠지만 국내 업체에 미치는 사업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또 퀄컴의 반대로 M&A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