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폰도 복불복”...휴대폰 유통업계, 아이폰8 배터리 불량 ‘촉각’
입력 2017.11.04 09:00
수정 2017.11.04 16:43
이통3사 3일 애플‘아이폰8’출시
관련 대책 없어...소비자에게 피해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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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배터리 스웰링(부풀어오르는 현상) 논란을 겪고 있는 아이폰8이 국내에도 출시됐다. 통신3사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제히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은 교환 및 환불 정책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워 배터리 불량이 확인되더라도 그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 업계는 아이폰8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폰8을 개통시 불량제품으로 확인되면 이통사나 애플의 도움을 받는 것이 거의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 정책상 ‘개통 완료 후에 박스 포장을 뜯어낸다’라는 조항이 있어, 소비자가 아이폰8을 구매하고 박스 포장을 뜯어냈다면 이미 개통이 끝난 것으로 간주한다. 즉, 박스 포장을 뜯어낸 이후에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소비자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산 아이폰8이 배터리 불량이 있다면 소비자는 직접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교품증을 받아 새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법상 개통 후 14일 이내 제조사 서비스 센터에서 기기 결함으로 교품증을 받으면, 개통한 대리점 등 매장에서 새 제품으로 맞교환 혹은 개통철회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교품증을 받기 부터가 굉장히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한 휴대폰 판매점 업주는 “애플은 우선 삼성이나 LG같은 국내 제조사와 달리 서비스 센터 숫자가 현저히 작아, 지방의 경우 아에 없는 곳도 있다”라며 “교품증 역시 바로 발급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렵게 교품증을 받았다 해도 후속조치가 남는다. 새 제품을 개통도 못하고 맡겼으니 대신 사용할 ‘임대폰’이 필요한데, 이 임대폰은 애초에 아이폰8을 구매한 매장에서 구하는 것이 빠르지만 이 역시 복불복이다.
이 업주는 “일반 매장에서 구배한 임대폰의 개수가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라며 “만약에라도 대규모로 배터리 불량 제품이 발견됐다면, 사후 조치까지 고스란히 소비자가 피해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대폰을 구해서 아이폰8에 있던 유심폰을 끼워넣을때도 차후 개통이력 등 약정 기간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애플코리아는 물론 통신3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조차도 이에 대한 관련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애플도 이 문제에 대해 주시하고 조사를 시작했다는 공식 성명을 냈지만 이후에 대해 진전된 사항이 없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현행법에 제품 안전 관련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라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라는 답변을 한 것이 전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8의 배터리 불량 논란은 해외 일부에서만 발생된 특이사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내 이통사와 애플코리아가 판매 실적에만 급급해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단말만 내놓은 실정”이라며 “아직까지 배터리 불량 사례가 보고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아이폰8을 판매하는 유통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이폰8 시리즈의 주문량은 아이폰7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8 배터리 결함 논란과, 후속작 ‘아이폰X’에 대한 기대수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8의 예약판매 실적은 전작의 60~70%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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