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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물리는 UFC 라이트급, 흥미로운 상성!

김종수 기자
입력 2017.10.22 07:19
수정 2017.10.22 07:19

각자 경기 스타일 달라 어떤 대진도 흥미진진

맥그리거-퍼거슨-하빕-게이치가 상위권 형성

UFC 챔피언 맥그리거. ⓒ 게티이미지

현재 UFC 라이트급은 체급 역사상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빈 리, 마이클 키에사, 더스틴 포이리에, 알 이아퀸타, 에디 알바레즈, 앤서니 페티스, 티아고 알베스, 에드손 바르보자, 짐 밀러, 마이클 존슨 등 기량과 캐릭터를 겸비한 다양한 색깔의 강자들이 즐비하다.

전장을 옮긴 전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3·브라질), 도널드 세로니(34·미국) 등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 토니 퍼거슨(35·미국), 저스틴 게이치(28·미국) 등으로 이어지는 4인방 구도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게이치는 UFC에서 1전 치른 상태라 다른 3명에 비해 무게는 떨어지지만 다른 단체에서 기량과 명성을 검증받았고, 문지기 역할을 하던 존슨을 화끈하게 때려눕혔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맥그리거는 전형적인 카운터 펀처다. 킥과 그라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펀치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신체조건과 동체시력이 좋아 빈틈을 발견하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카운터를 찔러 넣는다. 들어오는 상대의 펀치 궤적을 읽고 받아치는 카운터는 물론 압박하면서 빈틈을 유도해 치는 카운터도 일품이다.

크게 치기보다는 중심을 잃지 않고 하체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정확하게 때리는 유형이라 짧게 들어간 것 같은 펀치도 다리가 풀리고 휘청거리게 한다. 에디 알바레즈전에서 드러났듯, 단발은 물론 그림 같은 연타에도 일가견이 있다.

맥그리거가 최고의 펀처라면 누르마고메도프는 최강 파워 그래플러다. 2008년 데뷔 후 24번을 싸워오는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전승(UFC 8연승 포함) 행진 중이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잦은 결장이다. 경기 사이의 공백도 길거니와 훈련 중 부상도 잦다.

설상가상으로 종교적인 문제로 휴식기까지 갖는다. 올 초에는 퍼거슨과 빅매치를 예약했다가 감량문제를 일으켜 경기가 취소됐다. 무패의 전적으로도 저평가가 함께 존재하는 이유다.

누르마고메도프는 타격가, 레슬러, 주짓떼로 등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압박한다. 체급 최고 수준의 압도적 완력에 레슬링, 유도, 삼보 등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다양한 그래플링 기술을 물 흐르듯 쏟아내며 상대의 몸은 물론 멘탈까지 짓누른다.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때 하나의 동작만으로도 상대는 방어가 매우 어려운데 이를 콤비네이션처럼 연속적으로 구사한다. 상·하체를 고루 흔드는 것은 물론 슬램, 유도식 후리기 등 레퍼토리가 매우 다양하다. 넘어뜨린 후에는 바윗돌로 누르듯 상대를 압박한다.

맥그리거와 누르마고메도프가 무시무시한 원패턴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한다면 퍼거슨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천천히 잠식한다. 타격은 맥그리거, 그래플링은 누르마고메도프에게 밀리지만 고른 활용도에서는 앞선다. 스타일에 따라 때론 타격으로 때론 그라운드로 승리를 가져간다.

맥그리거, 누르마고메도프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처음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내용이 많다. 이에 반해 퍼거슨은 강적과 만나면 밀리는 듯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흐름을 빼앗아가다 어느새 경기를 뒤집어버리는 ‘도깨비형’이다.

4인중에서 검증이 가장 덜된 게이치는 오로지 자신의 뚝심만 믿어야 된다. ⓒ 게티이미지

퍼거슨이 좀비라면 게이치는 탱크다. 퍼거슨이 외모와 어울리게 다소 흐느적거리며 상대를 삼켜버린다면 게이치는 우직하고 뚝심 있는 전진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또 압박하다가 결국 파괴한다.

맷집과 근성으로 버티다가 뒤집어버린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이미지와 색깔은 많이 다르다. 퍼거슨이 타격을 장착한 주짓떼로에 가깝다면 게이치는 이른바 레슬라이커(레슬러+스트라이커)다.

맞붙었을 경우 재미있는 그림이 예상된다. 맥그리거는 초반 화력이 무시무시하고 누구라도 때려눕힐 수 있는 카운터 펀치의 소유자다. 누구든 제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견디지 못한다.

누르마고메도프, 퍼거슨, 게이치는 타격 회피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들은 아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그라운드에 대한 압박으로 상대가 타격을 쉽게 내지 못하게 하는 유형이며 퍼거슨, 게이치는 자신의 맷집을 믿고 버틴다. 때문에 초반 카운터가 제대로 들어간다면 맥그리거의 승리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전 양상으로 진행될 경우 상황은 반대가 될 공산이 크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최대한 빨리 달라붙어 클린치 싸움이 전개되면 누구도 무섭지 않다. 그라운드 압박뿐 아니라 클린치나 테이크다운에도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초반 타격을 견디어내고 클린치 상황만 만들 수 있다면 맥그리거, 퍼거슨은 어렵지 않게 테이크다운 시켜 압박할 수 있다.

맥그리거는 타격가라 클린치 싸움에 한계가 있고, 퍼거슨은 테이크다운 방어 자체가 매우 뛰어난 유형은 아니다. 변수는 게이치다. 게이치의 레슬링이 누르마고메도프보다 좋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방어만 어느 정도 된다면 승부는 스탠딩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난감해지는 것은 누르마고메도프 쪽이다.

퍼거슨은 누르마고메도프, 맥그리거와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밀려 초반 위기는 맞을 수 있다. 맥그리거는 퍼거슨에게 위험한 타격을 적중시킨 랜도 바나타(25·미국)보다 화력이 더 강하다. 누르마고메도프는 1라운드에서 퍼거슨에게 상위 압박의 고통을 맛보게 해준 케빈 리(25·미국) 보다 강력한 그래플러다.

물론 중반 이후까지 퍼거슨이 견디어낸다면 흐름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퍼거슨 특유의 뒷심지옥으로 반격이 시작된다. 게이치와의 대결은 퍼거슨이 상성에서 유리하다. 둘 다 상대의 화력을 버티다가 뒤집어버리는 스타일이지만 회피력, 경기운영 등에서 퍼거슨이 좀 더 노련하다고 할 수 있다.

4인중에서 검증이 가장 덜된 게이치는 오로지 자신의 뚝심만 믿어야 된다. 퍼거슨처럼 상대를 잠식시켜 무너뜨리는 타입이지만 정면으로 달려드는 경향도 있다. 특유의 탱크 스타일로 상대를 질리게 하지 못한다면 맥그리거, 퍼거슨에게 샌드백 신세가 될 수 있으며 누르마고메도프를 맞아서는 케이지 구석에서 말 그대로 구겨지는 인형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상상일 뿐이다. 현재로서는 맥그리거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가 지금처럼 방어전을 남의 일처럼 여긴다면 빅매치는 한없이 늦어지거나 흐지부지되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방어전이 시작된다면 강력한 동기부여와 함께 큰 불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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