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특검 “부정 청탁” vs 삼성 "가공“...불꽃튀는 법리싸움
입력 2017.10.12 13:46
수정 2017.10.12 15:49
이재용 항소심 1차 공판...특검측 "재단 출연금도 뇌물"
삼성측 "안종범 수첩 증거 능력없다"...증거재판주의 원칙 강조
삼성측 "안종범 수첩 증거 능력없다"...증거재판주의 원칙 강조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특검과 삼성측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양측은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1심 판결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등 2심 재판 첫 날부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특검은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개최된 이 부회장 등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에서 1심 재판부가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점과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무죄로 판단한 점을 문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도 명시적 청탁이나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았었다.
◆항소심 첫 날부터 공방치열
이에 대해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과 관련된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나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 기재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시적 청탁이나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특검팀 박주성 검사는 “특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과 관련해서는 당시 이를 추진할만한 곳인 삼성 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수첩에 삼성이라고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명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으니 포괄적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게 합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지원한 것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기업들도 함께 지원하기는 했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9월 박 전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1차 독대 당시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약속이 이뤄지는 등 어느 정도 유착관계가 형성된 이후 2015년 7월 2차 독대때 재단 지원을 요구받은 만큼 이의 연장 선상이었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승계청탁? 개별현안서 불인정했는데 포괄적 청탁인정은 불합리"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1심이 인정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가공된 사실이라면서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청탁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1심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포괄적 현안인 경영승계에 대한 청탁을 인정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려면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증거나 증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고 인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2심에서 새로 변론을 맡게 된 이인재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포괄적 경영승계라는 용어는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구속 영장 청구때 등장한 것”이라며 “사실로 입증된 것이 아니라 가공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검도 1차 영장 청구때 생각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대통령이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의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으로 인해 직접적인 이득이 없었음에도 제 3자 뇌물이 아닌 단순 뇌물죄로 판단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외재산도피죄가 유죄로 인정된 것도 무리한 법 적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국외도피죄가 인정되려면 피고인들이 나중에 이를 사용하기 위해 은닉시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소홀히 했다”며 “항소심에서는 증거재판주의 죄형법정주의가 철저히 적용될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없다"
양측이 이 날 재판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의 증거능력 여부에 대해서도 다시 맞붙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다른사람(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들은 내용을 기재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실 입증 여부를 두고 부딪혔다.
변호인단은 증인의 진술이나 기재 내용이 본인이 직접 본 것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들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참고인 진술조서나 다른 사람의 증언 등 전문증거(진술자 본인의 직접이 아닌 간접적으로 한 증거)는 증거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전문증거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1심 재판부가 간접 증거로 채택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재전문이나 재재전문 서류”라며 “원 증인인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거나 법정 진술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법정에서 수첩에 기재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진정 성립이 이뤄진 것”이라며 “간접사실에 대한 부분에 대해 전문증거 법칙을 적용한 판례가 없으며 어느나라에도 관련 법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전 사장,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 5명 피고인들이 지난 8월 25일 1심 선고 이후 48일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을 비롯,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 등 구속 피고인들도 모두 수의 대신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방청권을 받기 위한 대기줄이 형성되는 등 70~80여명이 몰려 재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일반 방청권은 32석이 배정돼 절반 이상이 방청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