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 경제' 청사진…업계 "현실성 높여야" 시큰둥
입력 2017.10.12 06:00
수정 2017.10.11 20:59
정부, '글로벌 바이오 강국 실현' 비전 제시…블록버스터 신약 5개 창출 목표
여전히 R&D 투자 규모 낮고 부처는 산재…업계선 현실적 투자 확대 요구
정부가 우리나라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할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산업 현실을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29회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를 열고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은 생명공학육성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의 생명공학 육성 계획을 총괄한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10년마다 작성되고 5년 주기로 단계별 수정 및 보완계획이 나온다.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바이오 경제'를 주도하는 글로벌 바이오 강국 실현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재 1.7%(생산액 27조원)에 불과한 바이오 분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25년까지 5%(생산액 152조원)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오 경제는 바이오 기술로 인류 복지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30년에 바이오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6000달러였으며 2030년에는 4조4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85개인 국산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을 2026년까지 100개 더 만들고 매출 규모가 1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5개 만들어내기로 했다.
또 바이오 기술에 기반을 둔 신규 일자리 12만개를 창출하고, 글로벌 기술수출액은 2015년 5억2200만달러에서 2025년 27억3200만달러로 500% 늘리기로 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바이오 R&D 기여 건수는 2015년 7000건에서 1만건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바이오 R&D 혁신 ▲바이오경제(Discovery to Market) 창출 ▲국가생태계 기반 조성 등 3대 전략에 따른 9대 중점과제를 추진한다.
관계부처는 이같은 전략과 중점과제를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연구개발·인프라·인력양성에 올해 총 3조113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산업계·학계·연구소·병원을 아우르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 R&D에 10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는 '국가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확보 사업'을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수립하고 예비타당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혁신성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미래 일자리 창출 및 시장 확대가 유망한 바이오는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며 "바이오가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적극적인 협업과 연계를 통해 계획의 내실 있는 이행과 목표 달성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방향은 환영하지만 정부의 청사진을 현실화하기에는 실천 방안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들이 정부 지원을 통해 신약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바이오시밀러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이같은 지원 정책에서 소외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으로 축적한 역량을 성공확률이 극히 낮은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으로 힘을 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내 연구개발비 투자 규모가 적은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업계에선 현재 8%에 불과한 정부 R&D 투자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담부처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산업 연관 부처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눠져 있어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부처별로 각기 다른 제약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신약개발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로드맵을 짜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