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vs 영화 감독, 상처만 남은 갈등이었다
입력 2017.09.11 15:04
수정 2017.09.11 17:08
배우 겸 방송인 곽현화와 이수성 영화감독의 갈등이 곽현화의 녹취록 공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곽현화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TV카페에서 영화 '전망 좋은 집' 노출신 논란과 이수성 감독의 2심 무죄판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들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곽현화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수성 감독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곽현화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곽현화에 대한 이수성 감독의 사과말이 들어있었다. 이수성 감독의 사과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 그동안 이수성 감독과 곽현화의 갈등에서 벌어진 일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수성 감독은 2012년 개봉한 영화 '전망 좋은 집'에 출연한 곽현화를 설득해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 이 장면은 개봉 당시에는 삭제됐지만 이후 공개된 'IPTV 무삭제 노출 감독판'에는 포함됐다. 이후 곽현화는 이수성 감독을 고소했고, 이수성 감독 또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곽현화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수성 감독은 지난 8일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에 곽현화는 SNS를 통해 진실을 밝힐 의지를 나타냈고, 결국 녹취록 공개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곽현화에게 "왜 노출 장면을 촬영했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촬영의 성사 여부는 배우의 의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의 권한이 감독에게 있는만큼 여배우가 감독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곽현화는 편집 과정에서 삭제를 조건으로 촬영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드러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에게 가해진 여러 사건들을 감안한다면 곽현화에게 "왜 촬영에 응해놓고 이제 와서 다른 소리냐"라고 비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감독 또한 해당 장면 공개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녹취를 통해 인정했다.
우리나라에서 여배우의 노출 연기는 민감한 상황이다. 과감한 노출연기를 펼치는 여배우에겐 찬사를 보내면서도 노출연기를 거부하는 여배우에겐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 앞에서 자신의 나체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수성 감독에게만 비난을 쏟아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수성 감독 역시 제작사의 압력으로 삭제 장면을 IPTV용에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곽현화도 이수성 감독도 상처만 입은 모양이다.
한국 영화계의 여배우 홀대 및 가혹행위는 오래된 문제다. 많은 여배우들이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감독의 디렉팅에 임했다. 감독 및 제작자들은 예술을 앞세워 여배우들이 감당하기 힘든 연기를 요구해왔다. 이같은 사실도 최근에 와서야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누리꾼들은 상처만 남은 여배우와 감독의 갈등이 더 이상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아니길 바란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