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이재용 재판,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 영향없다"
입력 2017.08.29 08:31
수정 2017.08.29 09:55
판결문 '지배력 강화' 언급...합병무효 사유와 무관
형사-민사 재판 성격 달라...오히려 1심서 합병 필요성 인정
형사-민사 재판 성격 달라...오히려 1심서 합병 필요성 인정
경영권 승계 지원을 기대하고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주주인 일성신약은 합병 전인 지난해 3월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을 책정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며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다음달 18일 최종변론기일을 앞두고 있으며 10월 중 1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재판은 지난 25일 1심 판결로 첫 결론이 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는 1심 판결문에서 "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효과가 발생했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 루트가 합쳐지고 짧아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및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모두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와 연관된다고 봤다.
핵심으로 꼽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결과,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0%에서 약 16.5%로 상승해 그가 삼성물산의 개인 최대 주주가 되면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합병의 결과로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이 4.06%에서 바뀌진 않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 루트가 합쳐지고 짧아져 그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재판부의 이러한 언급은 상법상 합병무효 사유와 무관한 한 별건으로, 1심 판결이 현재 진행중인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번 재판이 뇌물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형사재판으로 합병의 부당성을 따지는 민사 재판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재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연관돼 있듯이 재판간 상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에 대한 재판부의 언급이 합병 무효의 근거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개별 현안에서 명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판결한 만큼 합병 무효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1심 판결 내용이 사실상 합병 정당성 및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업무수첩으로도 청탁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고, 합병 이후 신규로 발생한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도 공정거래위원회와 업무처리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의견 교환 과정이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부가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통해 삼성이 부당하게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는 등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재판부가 삼성물산 합병이 지배구조개편 작업으로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승계 작업이 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어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개편 과정(승계작업 추진)이 오로지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명시적이고 개별적 청탁 및 부당한 결과의 부존재, 승계작업과 무관한 지배구조의 필요성 등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