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류현진이 떠올려야 할 2013년의 기억
입력 2017.08.10 09:29
수정 2017.08.10 09:29
치열한 선발 경쟁,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묘하게 닮아
당당히 실력으로 3선발 꿰찼던 4년 전 기억 떠올려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0·LA다저스)은 과연 팀의 치열한 선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깨 수술로 2년 간의 공백이 있었던 류현진은 올 시즌 부상이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17경기에 나와 4승 6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 중이다. 좀처럼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승률은 좋지 않지만 3점대 중반대의 평균자책점은 그가 아직도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타 팀이었다면 충분히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고도 남았겠지만 수준급 선발진이 차고 넘치는 다저스에서는 아직도 그의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압도적인 승률로 리그 우승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다저스는 최근 텍사스에서 다르빗슈를 영입하면서 선발진을 더욱 강화했다. 커쇼, 다르빗슈, 우드까지 사실상 3선발은 확정된 셈이다.
최대 4선발을 가동할 수 있는 포스트 시즌에서 남은 한 자리를 놓고 류현진, 마에다, 맥카시, 힐 등이 바늘구멍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경쟁률만 놓고 보면 4대1로 결코 만만치가 않다.
류현진에게는 치열한 선발 경쟁이 낯설지만은 않다. 특히 이번 경쟁은 그가 메이저리그에 첫 입성한 2013년과 묘하게 닮았다.
당시에도 선발 경쟁은 지금 못지않게 치열했다. 당시 원투펀치였던 커쇼와 그레인키 조합은 현재 커쇼 다르빗슈(or 우드) 조합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다저스와 계약 후 스프링 캠프를 맞이한 류현진은 나머지 3자리를 놓고 조쉬 베켓, 카푸아노, 애런 하랑, 채드 빌링슬리 등 쟁쟁한 투수들과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자 류현진은 14승을 따내는 월등한 기량으로 당당하게 3선발 자리를 꿰차며 선발 투수로 포스트 시즌 무대까지 밟았다.
4년 전과 상황이 비슷한 또 한 가지는 불확실성이다. 당시 포스팅 제도로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아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이지만 선발 자리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었다.
KBO리그를 평정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 안착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2년 연속 14승을 기록하며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어깨 부상으로 재기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현재까지 류현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의 선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2013년에도 그에 못지않았다.
불확실성을 확신으로 바꿨던 경험은 류현진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는 치열한 선발 경쟁 속에서도 류현진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