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연예인 음주운전 반복…나쁜 '본보기'만 있다
입력 2017.07.05 00:01
수정 2017.07.07 09:48
길, 2014년 이어 또 물의…연예계 도덕적 해이
1~2년 후 다시 '전성기' 심각성 인식 부족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게 연예인 음주운전 사건이다.
하지만 '잠재적 살인'이라는 음주운전의 심각성은 부각되지 못하고 하나의 '가십거리'로 소모돼 사라져가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어물쩍 넘어가다 보니 '나쁜 본보기'가 늘어나고, 그만큼 연예계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해져가고 있다.
가수 길(39·본명 길성준)이 3년 만에 다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달 28일 오전 5시께 서울 남산3호터널 100m 부근 갓길에서 차량을 세워두고 잠을 자다 적발된 것이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무려 0.16%로 만취 상태였다.
길은 지난 2014년 5월에도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만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당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음주운전으로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두 차례나 음주운전 지탄을 받게 된 길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1cm건 100km건 잠시라도 운전대를 잡은 것은 분명 큰 잘못"이라며 "평생 손가락질 당하고 욕을 먹어도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이를 보는 팬들의 심경은 씁쓸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3년 전 길의 사과문을 감안하면 이번 사과문의 진정성도 그리 와 닿지 않는다.
길 외에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올해에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김현중이 군 전역 후 얼마 되지 않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고 개그맨 안시우, 배우 구재이, 아이돌그룹 남녀공학 출신 배우 차주혁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심각한 것은 음주운전이 유독 재범이 많은 범죄라는 점이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41.4%에 달해 마약류사범 재범률인 38.7%보다 높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또다시 운전대를 잡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 윤제문은 무려 세 차례나 음주운전에 적발된 경우다. 2010년과 2013년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150만 원과 250만 원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해 5월 세 번째 음주운전 사건으로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과거에도 배우 김혜리가 1997년과, 2004년에 이어 2014년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문제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활동에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제문은 세 차례나 물의를 일으키고도 복귀하는데 불과 7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연극 무대에 이어 지난 4월에는 영화 '아빠는 딸'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흥행에 참패하고 음주 인터뷰 논란에 휩싸이는 등 이후 행보가 순탄치는 않았지만, 최근 영화 '옥자'에 대한 반응이 좋아 배우로서 활동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길 또한 2014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후 복귀해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고, 최근 노홍철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복귀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특히 김현중은 자숙 기간 없이 곧바로 팬 미팅에 나서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쯤 되니 음주운전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더 팽배해지는 것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음주운전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중범죄다.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들까지 위험에 빠트리는 잔인한 범죄, 다시 말해 ‘잠재적 살인행위’라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자숙 기간이 점차 빨라지고, 또 그들의 복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범죄인 음주운전은 결코 쉽게 단절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