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려는 표도르, 한 박자 쉬고 '천천히'
입력 2017.06.25 00:40
수정 2017.06.25 06:37
'벨라토르 180' 미트리온전 통해 미국 복귀전
스피드 갖춘 타격가 상대로 성급한 끝내기 경계
‘60억분의 1’ 예멜리야넨코 표도르(41·러시아)가 약 6년 만에 미국 복귀전을 치른다.
표도르는 25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서 열리는 ‘벨라토르 180’ 뉴욕 대회 코메인이벤트에서 UFC 헤비급 출신의 맷 미트리온(38·미국)과 대결한다. 지난 2월 ‘벨라토르 172’에서 미트리온과의 매치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의 신장 결석으로 인해 대회 당일 불발됐다.
벨라토르는 UFC에 이어 세계 2위의 종합격투기 단체다.
일본 프라이드가 쇠락하고 UFC가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로 크면서 표도르의 존재감도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끝내 UFC로 건너오지 않으며 “피한다”는 비판까지 듣고 ‘거품론’에 시달렸던 표도르는 지난 2010년 파브리시우 베우둠-안토니오 실바-댄 헨더슨에 3연패하는 수모를 당하고 은퇴했다.
2011년 6월 은퇴한 뒤 2015년 12월 돌아온 표도르는 자이딥 싱-파비오 말도나도를 연파했지만 이름값이 떨어지는 상대들이라 팬들은 실망했다.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퇴출된 말도나도에게는 고전 끝에 신승해 “표도르 맞나”라는 반응까지 나타났다.
그리고 치르는 미국 복귀전이다. “내 스스로 최고의 파이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겸손한 태도와 밝은 표정을 지어보인 표도르도 속은 새까맣게 탔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표도르다. 미트리온전이 표도르의 향후 행보를 가를 중대한 일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표도르가 UFC 무대가 아닌 벨라토르에 선다는 것에 진한 아쉬움을 표현하는 격투기 팬들이 많지만 현재의 표도르라면 벨라토르에서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미트리온은 벨라토르가 효도르 재기를 위해 던져준 먹잇감이 아니다.
미트리온은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2009년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어 11승 5패 전적을 쌓았다. UFC 헤비급에서 꾸준히 활동했던 위험한 타격가다. 11승 가운데 10승을 TKO(KO)로 올렸다. 2016년 UFC에서 벨라토르로 건너와 2연승을 달리고 있다.
UFC에서는 킴보 슬라이스에 이어 크로캅을 꺾었던 가브리엘 곤자가를 상대로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미트리온은 트래비스 브라운과는 두 차례 서밍 논란 속에 3라운드 TKO패를 당했고, 최근 헤비급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던 데릭 루이스는 TKO로 물리쳤다.
표도르의 직전 상대 말도나도 보다 체격 조건은 훨씬 좋다. NFL 선수 경력답게 헤비급에서도 큰 체격(190cm·110kg)에 속하지만 경량급을 연상케 하는 스피드와 정교한 타격은 미트리온의 강점이다. 맷집도 좋다.
무거운 헤비급 선수들을 상대로 천부적인 스피드를 살려 이겼던 표도르에게는 까다로운 상대다. 현지에서는 미트리온 승리를 예상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트리온의 그라운드 실력은 형편없다. UFC에서 로스웰에게 어이없는 테이크다운 시도 뒤 길로틴 초크에 당한 미트리온은 테이크다운 방어는 능한 편이라 포도르전에서 결국 스탠딩 난타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라운드가 아니라면 표도르의 승리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표도르의 패턴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유의 스피드와 펀치로 상대를 흔든 뒤 작은 빈틈을 보고 전광석화 같은 펀치 연타로 끊는 기존 표도르 방식은 위험하다. 성급하게 끝내려다가 미트리온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달려 들어가며 시도하는 훅이 대표적이다. 베우둠이나 헨더슨 경기에서도 승기를 잡은 것으로 착각하고 빠르게 달려들다가 역풍에 무릎을 꿇었다.
화끈하고 신속하게 끝내겠다는 강박관념에 눌린다면 그것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박자 쉬고 조금 더 영리하게 때를 기다릴 필요도 있다. 표도르가 뛰는 전장은 중량급인 헤비급이고, 상대는 경량급 같은 스피드를 지닌 펀처이자 킬러다.
한편, 이번 벨라토르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차엘 소넨(40미국)과 반더레이 실바(40브라질)의 라이트헤비급 매치다. 추억이 샘솟는 이름들이다. KBS N 스포츠가 25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