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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 혼란…기업들 '선물은 어떻게...'

박영국·이홍석·이광영 기자
입력 2017.06.08 16:08
수정 2017.06.08 16:24

대한상의에 실무 맡겼지만 일정·규모 미확정… '정부 배제' 전경련 미국 네트워크·노하우 활용 못해

"미국서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시 '국내 일자리창출 소홀'로 찍힐라"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 사

대한상의에 실무 맡겼지만 일정·규모 미확정… '정부 배제' 전경련 미국 네트워크·노하우 활용 못해
"미국서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시 '국내 일자리창출 소홀'로 찍힐라"


문재인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경제사절단을 보내기로 하면서 기업들은 대미 통상현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았고, 이를 지휘할 콘트롤타워도 부재인 상태라 혼란이 심하다.

기업들에게는 트럼프 정부를 달래 통상압력을 풀 선물보따리를 마련할 책임도 있는 만큼 고민거리도 하나 더 추가됐다.

8일 복수의 경제단체와 재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경제사절단을 보내는 것으로 확정하고 이번 주 초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에 기업인 모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직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고, 경제사절단 규모와 성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라 개별 기업들에게는 통보가 가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 5일부터 청와대와 경제사절단 구성 관련 논의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일정이나 규모 등 전혀 확정된 부분이 없어 기업들에게 전달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상의는 청와대나 산업부에서 대략적인 사절단 규모와 대·중소기업 비율, 업종구성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면 실무를 책임지는 역할인데,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어 진행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해외 경제사절단 구성은 경제단체들이 지역별로 나눠 총괄해 왔다. 대한상의가 중국·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일본을, 한국무역협회가 유럽을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미국 경제사절단 구성을 대한상의와 중기중앙회에 맡기면서 기존 미국을 관할하던 전경련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대한상의가 그동안 담당하지 않았던 첫 업무를 배당받으면서 시행착오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경련이 그동안 미국에서 쌓아온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경련은 미국 최대 민간 경제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의 공식 파트너이며, 그동안 한·미재계회의 개최를 통해 미국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구축해 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라인으로 사절단 구성을 진행하는 것이겠지만 국익을 고려하자면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 “경험이 없는 대한상의와 달리 전경련은 미국 상의와 오랫동안 대화해왔고 탄탄한 네트워크도 구축해 좀 더 나은 부분이 있다. 사절단 구성도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도움이 될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사절단 구성을 지휘할 정부 콘트롤타워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공석이고, 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산업부 산하에 신설해 통상기능을 담당토록 한다는 통상교섭본부도 수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온 대기업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트럼프 정부를 달랠 ‘선물 보따리’를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경제사절단 참여는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해당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해 통상현안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역할이 더 크다”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대부분 포함될 텐데 가서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고민이 덜한 편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고, 삼성전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조지아 등 3개주를 공장부지 후보로 놓고 고심 중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미국 투자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 투자’라는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 압박 해소를 위해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면 국내 일자리 창출 노력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는 투자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비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기업으로서는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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