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순실에 어쩔수 없이 끌려다니는 느낌받았다"
입력 2017.05.12 15:51
수정 2017.05.12 17:14
박재홍 전 승마감독, 이재용 재판서 증언 "다른 선수들도 지원계획...최순실이 방해"
정유라 1인 지원목적이었단 특검 주장과 대치
박재홍 전 승마감독, 이재용 재판서 증언 "다른 선수들도 지원계획...최순실이 방해"
정유라 1인 지원목적이었단 특검 주장과 대치
"삼성이 (정유라 이외에)다른 승마선수들을 추가지원한다는 사실을 국내 승마선수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순실씨 방해로 정유라 단독지원이 됐고, 삼성이 최씨 장난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같은 증언은 박재홍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이 12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뇌물청탁여부를 가리는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부장판사 김진동)에서 밝힌 내용이다.
박 전 감독은 2015년 10월 말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삼성의 독일 승마단 감독으로 파견된 인물로, 당시 독일에 머물다가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한국으로 귀국한 바 있다.
박 전 감독의 이같은 증언은 이번 재판의 증인직접심문 첫날 증인으로 섰던 최준상 전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 선수의 증언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두번째 증언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 전 선수는 지난 2일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에서는 (모든 선수) 다 같이 지원할 목적이었으나 최순실씨가 원치 않아서 그 계획이 지연되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그동안 삼성이 당초 정유라 이외에 다른 선수들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나니면서 결과적으로 정유라만 지원하게 됐다는 주장과도 일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삼성이 청탁을 위한 대가로 처음부터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해 단독 지원이 목적이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전 감독이 한국에 들러 삼성의 추가 지원을 받을 선수를 선발하러 간 것과 관련, "거기서 뽑힌 선수들을 삼성이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 박 전 감독은 "문서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승마계와 선수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삼성의 지원이 기본적으로 진행됐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중간에서 최순실이 그런 장난을 치면서(선수 선발을 방해하면서) 삼성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의 주장과 일치된다. 삼성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승마선수 육성차원에서 6명의 선수를 선발해 지원하려 계획했으나, 이후 알게된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게 되면서 당초 의도와는 달리 최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형태가 돼 버렸다고 주장해왔다.
박 전 감독은 "삼성전자의 장애물 지원이 정유라 지원을 위한 구색맞추기라기 보다는 정유연(유라)이만 지원하기에는 명분이 안서니, 마장마술도 지원하고 장애물도 지원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받아들였다"면서 "대한승마협회측에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은 "삼성에서 지원해 주면 장애물 팀을 만들어 올림픽 경기까지 가보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15 8월 25일 독일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났을때, 박 전 사장이 (나에게)삼성이 지원할테니 열심히 해 보라고 했다"며 "그동안 혼자 훈련하느라고 고생했으니, 이번엔 팀으로 해서 잘 해보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증언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당초 삼성은 정유라 단독지원이 목적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대해 삼성측 변호인단은 "결론적으로 삼성이 정유라 1인만 지원하려 했단 것은 특검만의 시각"이라며 "삼성에서는 진정으로 다른 선수들 지원하려고 했고 또 해당 선수들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다만 최순실 방해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강변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불출석으로 오후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도중 김종찬 증인으로 부터 병원에 가야 해 참석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불참이유를 전했다.
재판부는 내달 1일 까지는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을 모아 신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14차 재판은 17일부터 사흘간(수·목·금) 진행되며,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417호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