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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일곱빛깔무지개-14] 감사하는 마음 앞에 헬조선·흙수저 논란 무의미

박진여 기자
입력 2017.05.04 06:00
수정 2017.05.04 07:59

감사는 자부심으로, 자부심은 자신과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로

감사는 자부심으로, 자부심은 자신과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황인희 통합가치포럼위원
1998년 심각한 외환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6.25전쟁 이후 위쪽으로만 향하던 경제 발전의 곡선이 처음으로 바닥을 향해 심각하게 곤두박질쳤던 그때 온 국민은 공포와 실의에 빠졌다. 국가도 부도날 수 있다는, 처음 겪어보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을 크게 위로해준 사건이 있었다. 골프 선수 박세리가 US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국민들은 그때 해저드에 거침없이 발을 담그는 박세리의 양말 벗은 하얀 발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당시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양희은의 노래 '상록수'를 배경 음악으로 하고 박세리의 하얀 발 투혼 장면을 넣은 공익 광고가 만들어졌다. 이후 많은 국민이 희망을 되찾았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장롱 속에 숨겨두었던 금을 너도나도 기꺼이 내놓았다. 그때 우리 국민이 박세리 선수에게 가졌던 정서는 커다란 감사의 정이었다.

'헬조선·흙수저'…불만의 정서, 감사할 일과 감사의 감정 간 불일치

감사의 긍정적 기운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정도로 사회 통합에 큰 힘을 발휘한다. 감사할 일이 생기면 감사를 받는 사람은 물론 감사를 하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감사는 행복감을 가져다주지만 감사를 느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그 자리에 불만과 분노가 찾아들어온다. 요즘 우리 사회에 불만이 넘치고 묻지마 범죄 등 분노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현상도 감사할 줄 모르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사회가 엉망인데, 현재 우리나라가 '헬조선'인데 어떻게, 누구에게, 무슨 일에 감사하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옳은 시각이 아니다. 감사는 '감사'의 상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감사할 일이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은 감사할 일과 감사의 감정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 데서 오는 현상이다. 객관적으로 감사할 일은 있는데 그 일에 대해 감사의 정서가 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국민대통합위원회 백서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해방 이후 가장 자랑할 만한 성과로 '경제 발전과 성장(71.2%)'을 꼽았다. 그리고 뒤를 이러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51.5%), 대한민국 건국(38.5%), 한류 문화의 확산(37.3%), 정치 민주화의 실현(35.6%),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출현(27.6%), 북한 공산 세력의 남침 저지(16.2%) 순으로 집계됐다.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비율만큼의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경제 발전과 성장을 이룬, 혹은 대한민국의 건국의 주역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얘기는 들어보기 어렵다. 심지어는 반기업 정서까지 팽배한 현실이다. 북한 공산 세력의 남침을 저지한 순국 선열에 대한 감사의 정도 호국 보훈의 달에나 조금 가질까 말까이다.

성장의 주역 폄훼하는 '실패한' 교육, 감사의 마음 왜곡하는 주범

이런 모순된 현상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교육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현상으로 나타나는 성장 지표는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그런데 그 현상과 상관없이 성장의 주역들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경제 성장을 가르치는 대목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이야기는 언급을 안 한다. 국민들이, 또 청소년들이 경제 발전과 성장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그것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운 박정희 대통령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갖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자랑스러운데 건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대한민국 건국을 자랑스러워해도 건국 대통령에게 감사할 수가 없다.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을 자랑스러워하고 수많은 사람이 삼성과 엘지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또 수많은 젊은이가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감사는커녕 대기업은 없애야 된다고 주장한다. 교과서가, 언론이 대기업은 돈 많이 벌어서 자기들 주머니만 채운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우리 국민은 자랑스러운 일은 많아도 감사할 일을 못 찾는다. 우리 국민은 지금 ‘감사 불감증’에 걸려 있다. 그래서 불만과 분노가 사회에 만연하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 구성원들을 감사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기에 인간 관계가 상처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다. 감사의 경우 거의 모든 통합 가치의 바탕을 이루는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저절로 존중하고 배려하게 된다. 신뢰와 자긍심도 생긴다. 반대로 얘기하면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신뢰도 자긍심도 존중도 배려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중요한 감사의 정을 제대로 느끼려면 감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감사는 자부심으로, 자부심은 자신과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힘으로

교육 개선의 필요성은 수없이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쉽게 다가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안이 없다면 실천 없는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감사 교육은 감사해야 할 대상에 대해 명확히 가르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2연평해전의 주역 고 한상국 상사의 흉상이 모교인 보령 광천제일고등학교에 세워지기로 했다가 일부 교사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될 뻔한 위기에 처한 일이 있다. 당시 흉상 설치를 반대했던 교사들의 생각까지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 교사들이 학교에 남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흉상 건립의 부당함을 계속 주장할 것이 우려된다. 교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학교 선배인 고 한상국 상사의 전공(戰功)에 대해 적극적으로 확실하게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고 한상국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의 행동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학생들은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질 것이다. 이렇게 자발적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 학생들은 몇몇 교사가 잘못된 이야기를 해도 동요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유치원에서부터 이뤄지는 모든 교육은 감사 교육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유치원은 원래 한글이나 영어를 배우는 곳이 아니다. 앞으로 그들이 살아갈 사회와 거기에서 어떤 질서 속에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곳이다. 사회를 배우는 과정에 감사 교육을 연결하여 실시해야 한다. 이 같은 감사 교육은 유치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생애 전반에 걸쳐 그 대상에 맞는 감사 교육은 꾸준히 계속되어야 한다. 감사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성인 대상의 감사 교육은 막연히 "감사하면 즐거워집니다"라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교육 대상자가 처해 있는 상황과 그가 누리고 있는 혜택 등을 확실하게 설명하여 스스로 감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높으면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자랑스러워하는 마음, 곧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자부심은 자신과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감사하고 긍정적인 생각은 헬조선이니 흙수저, 금수저 논란도 의미 없게 만들어준다.

글/황인희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두루마리역사연구소 소장
·학력 : 이화여대
·경력 :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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