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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징벌적 손배 10배로"…재계 "비현실적"

이광영 기자
입력 2017.04.10 15:39
수정 2017.04.11 08:43

재계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기업 이분법적 인식 우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운데)가 1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 관련 강연회’에서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에게 바른시장경제를 위한 정책제안서를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재계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기업 이분법적 인식 우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현행 3배에서 10배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비현실적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기업 vs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의 발로라며 우려하고 있다.

문 후보는 1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 관련 강연회에서 “소송을 하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확실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하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현행 최대 세 배에서 열 배 수준으로 강화해 재벌의 갑질이 더 이상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2011년 3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시작으로 최근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등 개별 법률에도 도입되는 등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통상 원사업자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의 기술을 갈취하거나 유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만든 조항이다.

이와 관련,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열 배로 강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미국에도 그 정도 수준의 제도는 없고 유럽에는 제도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신 실장은 “대기업-중소기업간 이 제도를 강화하는 것에 중소기업이 찬성할지는 모르지만 최근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도입된 것처럼 이를 소비자와 관련된 행위에까지 적용하면 중소기업에서 찬성할지는 의문”이라며 “그렇다고 대기업-중소기업간 관계에서만 열 배로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문 후보는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재벌 대기업 중심 성장전략을 폐기할 때”라며 “중소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적폐는 반드시 청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문 후보의 발언과 관련 재계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위주로 우리나라 경제를 끌고 나가겠다는 얘기는 중소기업은 영원히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은 영원히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이라며 “오히려 중소기업을 키워 대기업을 견제하고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얘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행태에 문제가 있으면 통제하는 것이 맞지만 애초에 중심을 중소기업에 둔다면 대기업은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대기업을 일부러 적대시하는 정책을 놓는 것은 중소기업에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문 후보의 이날 강연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였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강연에 대해 “(문 후보가) 준비를 많이 하셨고 중소기업 현안과 애로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날 발표한 정책이 100%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문 후보의 개인적 견해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만 대한상의 역시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단체로서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같은 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제19대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기업과 민간에 경제를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국정 철학을 밝히며 기업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안 후보는 특히 “반기업정서의 실체는 없다”며 “기업이 무슨 죄가 있느냐, 기업은 국가를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 만드는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해 대기업을 적대시한 문 후보와 상이한 행보를 나타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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