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마이크 못 잡고 대신 야구배트 잡은 사연은?
입력 2017.04.07 16:53
수정 2017.04.07 17:13
지사직 사퇴 안해 선거운동 못하는 공무원 신분
선관위 경고 받고 당 행사 참여해도 아무 말 못해
갈 길 바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에 발목을 잡은 것은 홍 후보의 또 다른 신분인 경남도지사다.
7일 홍 후보는 19대 대선 최대 표밭인 수도권인 경기·인천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했지만 단상에 올라 한 마디도 말하지 못하고 내려왔다. 홍 후보의 연설이 없어진 것 비단 이날만은 아니다. 전날 호남·제주권 선대위 발대식에서는 마이크 대신 야구배트를 대신 쥐었다.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 선대위 발대식에서도 홍 후보의 연설은 생략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홍 후보에게 선거운동성 발언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대구·경북(TK)지역 선대위 발대식에서 홍 후보는 “오늘 TK가 뭉쳐서 5월 9일 홍준표정부를 만드는 게 박근혜를 살리는 길”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를 선관위는 선거법에 저촉된 것을 판단했다.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한 대선 후보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긴 했지만 선거법상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이자 지방자치단체장 신분이다. 선거운동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홍 후보는 한국당 대선 후보임에도 경남도지사를 사퇴하지 않는 이유로 재보선을 막겠다는 취지다. 홍 후보는 자신이 일찍 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도지사에 도전하기 위해 몇몇 기초단체장들이 도전하게 되고, 또 기초단체장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도·시의원들이 선거에 뛰어들면서 약 300억의 선거비가 발생한다고 사퇴를 미루고 있다.
현행법상 보궐선거 실시 사유 확정일인 9일까지 지사직 사임통보가 없으면 5월 9일 대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 홍 후보는 공직자 사퇴시점인 9일 오후 늦게 사퇴해 재보선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도지사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홍 후보는 타 후보들에 비해 나흘을 잃는 셈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하는 입장인 홍 후보로서는 엄청난 손해인 것이다.
도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는 모습에 타 후보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전날 경남도의회 기자회견에서 홍 후보를 겨냥해 “법의 허점을 악용해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꼼수”라며 “경남 경제가 지금 어려운데 저는 경남지사 선거를 오는 5월 9일 대선과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이어 “경남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경제 위기이고, 조선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을 할지 모르는데 도정을 책임지는 자리가 14개월간 공석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본인의 피선거권은 확실히 챙기면서 340만 도민의 참정권·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해도 되냐”며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