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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준호 "부끄럽지 않은 배우 될래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7.04.06 09:10
수정 2017.04.07 09:10

아이돌 출신에도 연기력 논란 없이 성장

'김과장'서 남궁민과 호흡해 호평 얻어

2PM 출신 이준호는 최근 종영한 KBS2 '김과장'에 대해 "시청률이 높아 놀랐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아이돌 출신에도 연기력 논란 없이 성장
'김과장'서 남궁민과 호흡해 호평 얻어


그룹 2PM 출신 이준호(27)에겐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게 따라붙는 '연기력 논란'이 없다. 하는 작품이 타율이 좋을 뿐만 아니라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2PM이 아닌 '배우' 이준호가 됐다.

2008년 2PM으로 데뷔한 그는 '10점 만점에 10점', '기다리다 지친다', '니가 밉다', '어게인 앤 어게인', '하트비트', '핸즈업'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감시자들'(2013)에서 잠깐의 출연만으로도 큰 존재감을 뽐낸 그는 '스물'(2015), '협녀 칼의 기억'(2015), '기억'(2016) 등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뽐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선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역 서율 이사를 매끄럽게 소화해 호평을 얻었다.

맛깔스러운 먹방(먹는 방송) 연기로 '먹소'(먹보+소시오패스) 수식어를 얻은 그를 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2PM 출신 이준호는 최근 종영한 KBS2 '김과장'에 대해 "악역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달 말 종영한 '김과장'은 17.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방송 전 경쟁작인 SBS '사임당, 빛의 일기'에 밀려 큰 기대를 받지 못한 '김과장'은 탄탄한 이야기, 매끄러운 연출, 배우들의 호연이 잘 어우러지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는 횡령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대기업에 들어가 얼떨결에 의인이 됐다가 정의의 화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호는 중앙지검 회계 범죄 수사부 검사에서 TQ그룹 재무이사가 된 서율로 분했다. 이준호는 서율을 매력적인 악역으로 만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는 "시청률을 보고 인기를 실감했는데 정말 놀라웠다"며 "지인의 어머님께서 나를 많이 싫어한다는 얘길 듣고 '사랑받았구나'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 악역에 도전했다"며 "더 나쁜 놈을 연기하고 싶었는데 서율은 최소한의 정의를 지닌 인물이다.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준호가 해석한 서율은 무조건 강한 사람이다. 단, 상대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박회장(박영규), 김과장, 윤하경(남상미) 등을 만날 때 그렇다. 이준호는 상대 역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변화를 줬고 무조건 나쁜 악역보다는 조금은 사람다운 악역을 만들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악역을 보여드리고 싶어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했어요. 서율도 김과장처럼 점차 의인이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도, 캐릭터도 모두 신선하게 다가왔죠. 촬영하는 동안 서율로 살았어요. 1일 1식 하면서 고독하게 지냈답니다. 연기 내공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요(웃음)."

KBS2 '김과장'을 마친 이준호는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고백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캐릭터 때문에 극 중 선배들에게 반말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너무 죄송했는데 '죄송한 마음'이 티가 나면 연기가 어설퍼진다"며 "마음을 독하게 먹고 촬영했다. 나중에 박영규 선배님께서 '고생했다'고 격려해주셨다"고 했다.

이준호는 캐릭터를 위해 눈빛, 입꼬리, 자세, 걸음걸이 등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김과장'을 통해 처음으로 주도적인 캐릭터를 맡은 터라 이것저것 시도해봤단다.

"서율은 직진하는 캐릭터입니다. '스물'에선 두 캐릭터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줬고, '감시자들'엔 잠깐 나왔지요. '협녀' 속 역할은 제가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아니었고, '기억'에선 조력자였지요. 근데 서율은 달랐어요. 주도적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라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죠. 제가 이목구비가 큼직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표정을 잘 쓰면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듯했어요."

화제가 된 먹방 연기에 대해선 "원래 먹는 걸 좋아해서 신나게 촬영했다"며 "먹으면서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다"고 웃었다. 이어 "감독님이 서율이 맛있게 먹는 걸 원하셨다"면서 "이렇게 먹는 드라마를 앞으로 또 찍을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먹소' 수식어를 언급했더니 "정말 마음에 든다"며 "'티똘이(티큐+똘아이)', '먹소'는 '김과장'에서만 가능한 수식어다. 이런 별명으로 귀여워진 느낌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KBS2 '김과장'을 마친 이준호는 연기력 논란이 없는 이유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 많은 준비를 거친다"고 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준호는 선배 남궁민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두 사람의 능청 연기를 보노라면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남궁민 선배를 원톱으로 '김과장'을 이끄셨어요. 촬영 중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을 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나셨어요. 노력을 정말 많이 하시더라고요. 남궁민 선배를 보면서 배우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지인들은 서율을 응원했단다. '김성룡은 너무 깐족거린다'는 이유에서다. "신기했어요.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구나 싶었어요. 하하. 2PM 멤버들은 서율이 더 나빴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2PM 얘기가 나오자 그는 "멤버 중에는 연기를 가장 늦게 시작했다"며 "멤버들끼린 연기적인 얘기보다는 현장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며 서로 응원한다"고 했다.

그룹에서 후발 주자로 연기에 도전했으나 성적은 가장 좋다. 다른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이준호는 작품 속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며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그가 연기할 땐 가수가 아닌 배우 이준호만 보인다. 비결은 물었더니 쑥스러워 하며 뿌듯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 웃음만은 잊어주세요. 하하. 운이 좋았어요. '감시자들'은 오디션 보고 출연했고, '협녀'는 전도연 선배의 추천으로 참여했어요. '스물'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촬영했습니다. 특히 도연 선배님이 추천하셨을 때 정말 놀랐어요. '뭘 보고 추천했을까' 싶더라고요. '스물' 이병헌 감독님께도 여쭤봤더니 '그냥 네가 좋았어. 데뷔 할 때부터 네가 보였어'라는 답변을 들려주셨어요."

KBS2 '김과장'을 마친 이준호는 "그간 운이 좋아 좋은 작품에 참여했다"고 전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런 칭찬을 받고 '쑥' 성장한 이준호는 연기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김과장'은 악역이라 더 그랬다. "무언가를 원한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 내게 온 작품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고 신기해요. 드라마 찍으면서 2PM 콘서트도 같이 했는데 가수할 때랑 연기할 때 인상이 다르더라고요. 하하. 배우로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 입혀지는구나 생각했어요."

연기력 논란이 없는 이준호에게 연기 레슨을 받은 적 있냐고 물었다.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그는 "내 능력치가 궁금했다"면서 "혼자 연구하는 것과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배우는 게 확연히 다르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내 것만 보여주기 때문에 연습한 것 이상을 보여주려고 한다. 연기는 상대방과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김과장'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이준호는 또 "내 안에선 연기력 논란이 일어난다"고 웃은 뒤 "연기력 논란이 없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심지가 굳은 답변을 들려줬다. "부끄럽지 않고 싶어요. 떳떳하고 당당해지고 싶습니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나, 소속사가 부끄럽지 않게요. 작품에 누를 끼치기도 싫고요. 제 성격이 그래요. 그래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촬영할 때는 작품 속 캐릭터로 삽니다. 기분 좋은 스트레스입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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