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하는 뮤지컬·연극 '꽃보다 남자' vs '유도소년'
입력 2017.03.27 06:00
수정 2017.03.26 23:41
90년대 고등학교, 청춘·사랑 보편적 이야기
아날로그 감성 자극하는 소재·음악 총동원
입학, 졸업, 첫사랑, 첫 직장, 결혼 등 누구나 자신만의 추억과 향수를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따금 한 번씩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과 연극 등에서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끊이지 않고 쏟아진다. 이는 그만큼 위로와 지혜를 얻기 위해 이 같은 콘텐츠를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뮤지컬과 연극을 2편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일 것이다.
원작만화 향수 간직, 뮤지컬 '꽃보다 남자'
지난 2월부터 국내 초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순정만화 '꽃보다 남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꽃보다 남자'는 1992년부터 2003년까지 12년간 '가미오 요코'가 일본 '슈에이샤'의 소녀만화잡지 '마가렛'에 연재했다. 일본에서 누적 발행부수가 6000만부를 훌쩍 넘었을 뿐만 아니라, 18개국에 번역본으로 출간되며 전 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바 있다.
국내에서는 총 37권의 정식 단행본과 20권의 완전판이 출간됐으며, 15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로 기록돼 있다.
90년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부(富)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컸다. 특히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오렌지족'이 본격적으로 등장 사회적인 문제들을 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지탄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꽃보다 남자'의 'F4'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꽃보다 남자'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F4'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겸비한 '킬러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꽃보다 남자 The Musical'은 원작만화가 가진 달콤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캐릭터-음악-무대 등 뮤지컬에서만 볼 수 있는 풍성한 볼거리로 선보임으로써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끌어왔다는 평가다.
뮤지컬도 원작만화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F4'에게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외친 '츠쿠시'와 그런 '츠쿠시'를 만나 난생 처음 사랑을 알게 된 '츠카사', 사랑에 대해 용기를 갖게 된 '루이' 등은 사랑 앞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 뼘씩 성장한다.
특히 금방이라도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츠쿠시'-'츠카사'-'루이'의 이야기를 생생한 4D로 전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원작만화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화려한 캐스팅도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내 초연은 성민(슈퍼주니어)-이창섭(BTOB)-켄(VIXX)-제이민-이민영(미쓰에이 민) 등 현직 아이돌 가수를 비롯해 김지휘-정휘-김태오-이우종-김태규-장지후-선한국 등 뮤지컬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일본 내에서도 드림팀으로 불리는 '아오키 고'(대본)-'스즈키 유미(Yumi Suzuki)'(연출)-'혼마 아키미츠'(작/편곡)를 비롯해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음악을 도맡았던 '이성준'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5월 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풋풋한 청춘들의 유쾌하고 뜨거운 열정 '유도소년'
연극 '유도소년'은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최근 2년 만에 다시 관객들 곁으로 돌아와 '대학로 흥행깡패'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도소년'은 2014년 초연과 2015년 재연 모두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평균 객석점유율 104%를 달성하는 등 흥행 열풍을 이끌어낸 바 있다.
유도-복싱-배드민턴 등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은 현직 선수들마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을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또 문화의 황금기로 통하는 1990년대 대표하는 콘텐츠들을 사용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199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삐삐', '워크맨', 'PCS' 등 보기만 해도 반가운 소품을 백분 활용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캔디(HOT)', '뿌요뿌요(UP)', '폼생폼사(젝스키스)' 등 9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히트곡을 극 중간 중간에 삽입해 노래를 통해 잠시나마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캔디(HOT)' 특유의 발랄한 리듬에 맞춰 도복을 정리하는 '경찬'과 후배들의 모습, 그리고 복싱선수 '민욱'이 짝사랑하는 '화영'과 함께 '뿌요뿌요'를 듣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시 한 번 '응답하라 유도소년'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연극 '유도소년'은 오는 5월 14일까지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