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개봉 첫날 홀대받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입력 2017.03.23 13:00
수정 2017.03.24 18:54
개봉 첫 날, 베를린영화제 수상작 효과 미미
'불륜' 비난 여론 속 쏟아지는 '최저 평점' 몸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23일 개봉했다. 하지만 영화 팬들의 반발과 비난 여론이 워낙 거세 자칫 비운의 작품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개봉 첫 날 총 120여 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할 때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작품임을 감안하면 조촐한 규모다.
예매율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3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예매율은 약 1.0%로 전체 상영 영화 가운데 6위에 그쳤다.
물론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대중적인 흥행을 노리는 상업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앞선 작품과 달리 영화 팬들로부터 홀대받고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홍상수 감독은 충성도 높은 탄탄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최소한 일정한 수준의 관객층이 존재하는 가운데 플러스알파가 더해졌다. 특히 홍상수 감독 작품에 대한 언론과 영화평론가들의 호평은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개봉 전은 물론, 개봉 후에도 두 사람의 불륜에 대한 반감여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각종 포털 사이트와 영화 관련 사이트에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한 평점 테러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0점을 주는 누리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언론의 반응조차 이전 작품과 달리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특히 작품이 현실 속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담은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관심이 모아지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홍상수 작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마니아층이 여전히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맥스무비 영화 연구소가 홍상수 감독 영화를 예매한 경험이 있는 관객 1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극장에서 볼 계획이 있다는 답변이 74%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63%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로 감독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물론, 스캔들 등을 이유로 '보지 않겠다'는 응답도 10%로 적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사생활에 상관없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마니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
한국영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선 가혹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단지 작품 그 자체로 봐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다. 이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남긴 작품들의 공통적인 숙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