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진검승부' 앞둔 문재인·안희정·이재명, 전략은?
입력 2017.03.02 17:21
수정 2017.03.02 19:03
토론회 강력 촉구했던 이재명, '일관된 선명성'으로 문-안 공세 예정
안희정 '화법 수정'...문재인 측 "이미 프레임서 주도권 쥐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오는 3일 공개 토론회로 '첫 진검승부'에 나선다. 완전국민경선제로 치러지는 경선을 앞두고 선거인단이 모집 보름 만에 121만 8000명을 가뿐히 넘어선 가운데, 10차례의 토론회가 실제 표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후보 캠프에선 저마다의 전략을 고심하며 숨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결선투표제에 따른 경선 2위를 노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그간 당 지도부에 후보자 토론회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두 후보 모두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서는 인지도 면에서 여전히 약세를 보이는 만큼, 무엇보다 공개 검증의 장을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외연 확장’에 힘을 썼던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집중 겨냥해 야권 후보로서 모호성이 지나치다는 데 방점을 찍는 등 주도적으로 공세를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경선 선거인단 모집으로 ‘집토끼’인 민주당 지지층 확산이 가시화되고, 열성적 지지층이 확고한 이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 측 대변인격인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개혁에 대한 의지가 분명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간혹 말이 바뀌거나 영입 인사들 중 ‘개혁의 대상’인 분들이 포함돼 논란이 됐었다”면서 “중도확장을 위해 모든 부분에서 타협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들이 있다. 두 후보들께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지점도 언급할 계획이다. 제 의원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과오는 정책 일관성 실패라 본다”며 “개혁 의지는 있지만 타협하는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시그널에 혼선을 빚었고, 오히려 불안을 야기했다”고 했다. 또 “뭐든지 다 해줄듯 한 모호함은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반복되게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두 후보들의 입장을 정확히 묻겠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경우엔 선명성에 비해 안정감은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발언과 행보가 워낙 확고해서다. 다만 이 시장 측은 이번 토론회에서 화법이나 기조 등을 바꾸지 않은 채 기존의 선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관성이 오히려 안정감을 줄 거란 판단에서다. 제 의원은 “대선 다가온다고 갑자기 타협하는 게 안정감을 주지 않는다”며 “성남시정을 통해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개혁을 완수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프레임서 이미 주도권 확보' vs 안희정 ‘화법 대폭 수정'
반면 화법 문제로 여러 차례 곤혹을 치른 안 지사는 이번 기회에 ‘선의 발언’을 비롯한 오해를 불식시킬 계획이다. 앞서 안 지사는 각종 간담회나 토론 석상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지나치게 나열식이거나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이에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사모님과도 이렇게 대화하시느냐”는 질문을 받고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한 강연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등 보수 정부에 대해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정치하시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여론조사에서 야권 지지층 이탈 가시화로 나타났고, 현재까지 야권 후보로서 선을 넘었다는 비난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그런 만큼 안 지사는 첫 토론회에서 그간의 오해를 해명하고, 핵심을 꼽는 화법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뭔가를 전제하거나 원칙적인 이야기를 나열하던 것에서 좀 더 핵심적인 것을 말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그동안 지사의 본의와다르게 전달됐던 것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하고,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 후보인 이 시장과는 달리 타 후보에 대한 공세는 지양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공격하는 것보다는 온전히 토론과 그 주제 자체에 집중해서 할 것”이라며 “내용과 신념은 지금까지 하던 것과 같지만, 표현하는 방식들을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해보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의 경우, 두 후보의 전략적 접근이 오히려 ‘맏형 문재인’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할 거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즉,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책·정치적 공세도 결국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결과라는 해석이다.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는 “준비된 후보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게 가장 핵심이다. 다른 후보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부분에서 정책을 냈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상대들이 그런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그것에 대한 공박 자체가 우리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누가 가장 준비된 후보인가를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선 이후 야권 지지층을 포함할 본선 경쟁력도 내세울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이 됐기 때문에, 이제 우리끼리 경쟁이 끝난 이후에는 협력해서 정권교체를 이룰만한 후보라는 점을 부각 시키겠다”며 “문 후보의 맏형격 이미지가 강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