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법' 무리수였나…직권상정 사실상 '무산'
입력 2017.03.02 06:30
수정 2017.03.02 06:35
여야 합의 못해 법사위도 못넘어…정세균 의장 '난색'
야당 '민심' 업고도 '전략적 대응' 못해…자성론도
야당이 야심차게 꺼낸 '특검 연장카드'가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여야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특검 연장법안 국회 처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야당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가능한 경우를 △천재지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태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야당은 현재 탄핵정국을 '국가비상사태'로 보면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정치적 주장이다", "억지 논리다"는 지적을 넘어서긴 쉽지 않다. 더욱이 권한을 가진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 없인 안된다"며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민심' 등에 업고도 '전략적 대응'하지 못해
야당 내에서도 "전략적 대응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검 연장을 바라는' 민심을 등에 업고도 현실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실제 법안을 본회의로 넘기기 위한 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엔 여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이 버티고 있어 상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도 "여야가 합의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야당들과 달리 특검 연장 반대를 선언한 자유한국당이 당론을 깨고 특검 연장법안 통과에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
국회 통과해도 황교안 거부하면 특검연장 무산
무엇보다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안은 정 의장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 의장은 "특검 연장의 길이 있다면 하고 싶지만, 현행 특검법을 개정해 소급 적용하거나 새로운 특검법을 발의해 부칙에 넣는다 해도 논란이 많아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당이나 정 의장이 입장을 바꿔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검 연장은 무산된다. 이미 특검 연장 승인을 거부한 황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넘어온 특검법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정 의장도 "직권상정을 해서 특검법이 통과돼도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의 특검 연장법안 추진은 현실적 대책이 아닌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의장에 직권상정 거듭 요청…출구전략 찾기 '난감'
당장 야당은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거듭 요구하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야당 내에서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화살을 밖으로 돌릴 수 있는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장이 내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법안을 직권상정하길 바란다"고 했고,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정 의장이 국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수용해 특검 연장을 위한 개정안을 직권상정 해주길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불승인하자 특검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야4당 원내대표들은 지난달 28일 정 의장을 방문해 특검연장법 직권상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