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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상정' 압박에 고심하는 국회의장, 선택은?

이슬기 기자
입력 2017.02.28 12:50
수정 2017.02.28 12:56

정 의장, 특검 연장 입장 밝히면서도 '국회법 절차' 강조

대선 국면 후폭풍 우려...직권상정 결단 쉽지 않을 듯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법안 처리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 23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주승용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통령 탄핵 정국 속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제도적 장벽과 '국회 수장으로서의 결단'이라는 카드 사이에 선 정 의장이 다시 한 번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새로운 특검법 발의를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자유한국당이 3월 임시국회 소집에 전향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다만 내달부터 추진키로 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바른정당을 제외한 3당만 참석키로 했다.

이는 전날 황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 기한 연장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한 야권 차원의 공동 대응이다. 물론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제1당을 포함한 4당이 합의해도, 원내교섭단체인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없는 한 법안 통과는커녕 본회의 상정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4당이 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정 의장이 직권상정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의장은 전날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입법기관인 국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법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야당이 요구한 특검 연장 법안 직권상정을 불허한 까닭을 설명했다.

야4당 입장에선 직권상정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법적 수단인 만큼, 또다시 의장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이 워낙 거센 점과 그간 정 의장이 밝혀왔던 정치적 신념 등을 근거로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주말에 백만 촛불이 나왔듯이 국민은 이번 기회에 특검으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런 민심을 의장께서도 충분히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의장으로서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민감한 현안인 데다 여야 이견이 확고한 상황에서 선진화법의 합의 원칙을 넘어서기도 어렵다. 실제 정 의장은 이날 서면 담화문을 발표하고 “민주주의란 다른 말로 ‘반대가 허용되는 체제’”라며 ‘민주주의 기초’와 ‘법치주의’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정 의장은 전날 직권상정을 불허하면서도 여야 합의와 국회법 절차를 따르는 게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장실 관계자도 사실상 직권상정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의장의 기본 입장은 어떤 경우라도 국회법 절차와 여야 합의에 따라 의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직권상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잘 알지만, 직권상정의 요건이 교섭단체대표 간 합의와 천재지변 또는 전시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현재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직권상정이라는 말을 꺼내들기 전에, 여야가 합의해 법사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회의장은 이러한 과정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당부하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직권상정을 결단할 경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의장이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담감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장 측 관계자는 “곧 대선인데 직권상정을 했다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검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하지만, 대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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