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오지호 "결혼 전과 후, 눈빛 달라졌죠"
입력 2017.03.01 08:00
수정 2017.03.07 08:41
이현하 감독 신작 '커피메이트' 희수 역
오랜만에 멜로 장르 도전 '농익은 연기'
이현하 감독 신작 '커피메이트' 희수 역
오랜만에 멜로 장르 도전 '농익은 연기'
“여린 눈빛이요? 감독님이 캐스팅한 이유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그 눈빛도 결혼 후 달라진 거 같아요. 특히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 말이죠.”
배우 오지호가 오랜만에 멜로물에 도전했다. “멜로 연기는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연기”라고 평가한 그는 그랬기에 로맨스 영화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커피메이트' 속 오지호는 슬픔을 간직한 남자 ‘희수’로 완벽 분해 극의 중심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년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현하 감독의 '커피메이트'는 우연히 커피메이트가 된 두 남녀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정신적으로 교감을 하게 되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일탈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일탈’은 정상에서 벗어남이라는 뜻이 아닌, ‘신선한 멜로’라는 접근적 설명이 가장 적절할 듯 하다. 그 흔한 스킨십도, 불륜 코드도 전혀 없는, 누군가와의 교감과 위안을 담은 ‘또 다른 시선의 로맨스’라는 설명이 적합한 ‘일탈’이다.
오지호는 극중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의자를 만들고 싶은 남자 희수 역을 맡았다. 가장 에로틱한 의자는 무엇일까. 그 궁금함과 맞물려 희수라는 인물의 과거는 ‘에로틱한 의자’에 버금가는 비밀스러운 인물로 그려지며 결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언론 시사 후 서울 남산동 모처에서 만난 오지호는 “‘커피메이트’는 묘한 감정과 빨려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면서 “희수를 불쌍하게 봤었고, 그가 왜 ‘에로틱한 의자’를 만들고자 했는지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더욱 슬픈 캐릭터”라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했어요. 기존의 로맨틱코미디나 액션 연기 보다 오히려 ‘커피메이트’ 연기가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 자칫하면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 있겠다 싶은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대사량이 많았고, 과연 다 알아들으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말이죠. 하지만 저희 영화는 우리나라 감성이 아닌, 특이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점이 제가 출연한 이유이기도 하죠.”
이 영화는 무엇보다 '커피숍'에서 만난 두 남녀의 정신적 공감이라는 설정 상 방대한 대사량이 눈길을 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하 감독의 서정적인 대사나 캐릭터 간의 과거와 현재의 상황들이 대사에 잘 녹아들어 집중도를 높인다.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의자를 꿈꾸는 희수’에 대해 오지호는 “대사 속에 그와 관련된 비밀을 알게 된다. ‘에로틱한 의자’라 함은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그에게는 각각의 의자가 다 다르다. 때문에 ‘에로틱한 의자’는 상징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희수라는 인물은 굉장히 슬픈 캐릭터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 한 게 아닐까 생각했죠. 저에게 ‘다른 사람에게 못 본 여린 마음을 가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여린 감성은 실제로도 있는 거 같아요. 특히 결혼 전과 후 눈빛이 더 애틋해진 거 같기도 하고, 아이를 볼 때는 더 다르죠. 너무 나이 들어 보이나요?. 하하하.”
오지호는 ‘커피메이트’에 대해 ‘불륜’이라는 코드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남녀’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정신적 교감, 진짜 친구가 그립고 누군가에게 내 비밀을 이야기 하고 싶을 때 만나는 ‘커피메이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지호는 “내가 출연하는 작품 중 가장 독특한 느낌의 영화”라면서 “이상한 미묘한 감정도 표출되고 그러면서도 가장 편하게 본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의 힘”이라면서 “이현하 감독은 사회적 틀에 갇혀 있는 분이 아닌 생각이나 느낌이 세련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저는 사회적 틀에 갇혀 사는 거 같아요. 특히 결혼을 하고 나니 더욱 그렇죠. 배우에 앞서 가장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할 때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이야기만 들어도 자극되고, 대리만족에서 오는 만족감이랄까. 통쾌함도 있었구요.”
오랜만에 도전한 멜로 연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시선의 영화라는 점에서 오지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됐고, 신선한 경험이 됐다. ‘멜로에 적합한 외모’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여전히 ‘오지호’ 하면 ‘코미디’와 ‘액션’을 떠올렸고, 그런 이미지는 배우로서 발목을 잡기도 했다.
오지호는 “멜로를 안했던 이유는 두려움”이라면서 “핑계를 대자면 도전할 만한 멜로의 부재”라고 털어놨다. 어느 순간부터 멜로 장르의 영화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배우로서 도전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두 남녀의 사랑’이 아닌 ‘정신적 교감’이라는 신선한 로맨스는 그에게 출연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저는 데뷔 때 ‘이미지’가 강해서 배우의 길을 잠시 접고 다시금 연기를 다져 도전한 케이스에요. 연기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또 이미지에 따른 국한된 캐스팅도 한 몫을 했죠. 그 틀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어떠한 캐릭터도 도전할 생각이 있어요. 연기 경력이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있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오지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냉정한 잣대를 댔다. 거기에 강한 이목구비의 얼굴 역시 국한된 캐스팅으로 연결되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은 평생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 오지호’로 살아가길 원하고 그렇기에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다양성을 통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예능도 좋지만 연기를 통해 평가 받고 싶고,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점이 바로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유거든요. 한 일본 팬이 저를 보고 포기하려던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고 하시더라구요.
내가 배우를 해야 하는 이유구나 싶었죠. 그게 오지호라는 배우의 삶의 목표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