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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200만 선거인단' 경선 판도 흔들까

이슬기 기자
입력 2017.02.16 17:41
수정 2017.02.16 17:49

캠프별 속내도 제각각, 역선택 우려 있지만 '동원' 영향 적을 듯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의 ‘200만 선거인단’ 목표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민주당 내 대세론과 대망론을 등에 업은 후보군이 선전하면서, 경선에 대한 관심도도 한층 높아진 탓이다. 동시에 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바라보는 각 캠프의 셈법 역시 복잡해졌다.

1차 모집 이틀째인 16일 현재, 경선 참여를 신청한 인원은 약 22만 명이다. 일반·권리당원과 일반 국민도 포함됐으며, 마감은 헌재의 탄핵 심판일 3일전까지다. 전날 모집 신청과 문의 전화가 폭주해 시스템이 마비됐으나, 곧바로 서버를 복구해 이날부턴 정상 가동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4주 간 접수된 선거인단(88만 명)과 비교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온라인상 대규모 지지그룹을 확보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완전국민경선제와 모바일투표에서도 강세를 보일 거라는 게 캠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선거인단이라는 게 몇몇이 동원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문빠’(문재인 열성팬)는 많아도 안희정은 ‘빠’(열성팬)가 적지 않느냐”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흥행 열기가 일정 수준을 넘을 때는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문 전 대표 지지층이 선거인단 절대다수를 점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제 하에, 안 지사나 이 시장의 지지층이 ‘얼마나’ 참석할지가 변수로 작용할 거란 의미다.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이 워낙 강해서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호남에서 선거인단이 20만을 넘으면 안희정 후보에게도 해볼 만한 게임이 된다”고 내다봤다. 또 “대선 주자는 결국 자기 집(지역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느냐가 변하지 않는 관건이다. 호남 출신이 없으니, 호남민들은 그 부분을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방’인 충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경우, 호남에서도 안 지사의 당선 가능성과 확장성에 한층 주목하게 된다. 여기에 호남 내 반문 정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 50대 이상 유권자로서는 경선 과정에서 안 지사를 지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희정 캠프의 최대 ‘믿는 구석’은 ‘민심=당심(黨心)’이라는 공식이다. 당 대표 등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내부 조직을 얼마나 갖췄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선택이 절대적인 대선에선 당원과 지지자들도 ‘본선 경쟁력’ 및 ‘확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안 지사가 ‘경선 2위’를 전제로 외연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안 지사는 최근 SNS를 활용한 동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가 하면, 온·오프라인상 실시간 즉문즉답을 선보이면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여기에 대중문화계 유명 인사들과 ‘숏터뷰’ 등을 촬영해 적극 공개하면서 인지도도 부쩍 상승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당심은 민심과 일치해야 한다. 국민들의 뜻인 민심을 잡으면, 당심도 따라올 것”이라고 확언했다.

‘촛불 민심’을 전면에 내세운 이재명 성남시장 측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캠프에선 촛불광장 참석해 탄핵을 촉구했던 이들이 곧 선거인단 접수로 이어질 거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장도 자신이 ‘촛불 민심의 대변자’임을 연일 강조하는 모습이다. 즉, 탄핵 정국에서 메머드급 캠프의 조직적 동원은 사실상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선거인단 모집 시 목표 인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직적으로 캠프에서 ‘몇 명’을 목표로 두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하루에 25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왔다. 모바일 투표는 결국 그들의 참여로 연결되는 건데, 그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수치는 어마어마할 거다. 거기서 동원이니 목표 인원이니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역선택 우려 있지만 ‘미미’...순회경선 순서도 관전 포인트

물론 ‘역선택’에 대한 우려는 일찍이 제기돼왔던 문제다. 보수 진영 지지자들이 민주당의 유력 후보의 선출을 막기 위해 고의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약체 후보를 뽑는 현상이다. 여야 후보군의 셈법 상 민주당 내 어떤 후보가 나오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안보 이슈에서 문 전 대표와 건건이 각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로서는 중도·보수층을 집중 겨냥한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vs 안철수 vs 보수진영 후보’ 간 3각 구도를 기대하고 있다. 안 지사와는 공략층이나 이미지가 모두 겹친다. 반대로 새누리당에선 지지율과 인지도에서 문 전 대표에 밀리는 안 지사와의 본선 경쟁을 선호한다.

실제 전날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공식 온라인카페에는 ‘민주당 경선에 동참하자’는 제목으로 회원들의 역선택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전화신청으로 선거인단으로 등록해 문 전 대표의 당선을 막자는 취지다.

선거인단 홈페이지 내 ‘이용약관’에서 “다른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선거인단에 신청한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선거인단이 될 수 없으며, 이를 속이고 신청하는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민형사상 고소·고발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진의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선거인단 규모가 워낙 크고 수치 자체를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조직적 동원을 통한 역선택이 경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국을 돌며 진행되는 순회경선도 투표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호남권(광주)를 시작으로, 충청권(대전), 영남권(부산), 수도권·강원·제주(서울) 순으로 순회경선을 실시한다. 또 1차 경선에서 최다 득표자가 과반을 얻지 못하면 1·2위 간 결선투표를 실시해 최종 후보를 가린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과 ‘대망론’의 중심지인 충청 지역 선거 결과에 따라 경선 판도도 크게 달라질 거라는 게 중론이다. 첫 번째 이슈는 ‘누가 호남의 선택을 받느냐’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상 문 전 대표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변수는 호남에서 안 지사가 주목할 만한 표를 얻을 경우다. 여기에 안 지사가 충청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땐 이변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개호 의원도 “광주에서 먼저 경선을 한다는 데 엄청난 의미가 있다”면서 “만약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대표를 이기거나, 뒤지더라도 의미 있는 표를 받는다면 그 다음 지역인 충청을 지렛대로 해서 큰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진짜 ‘호남 민심’은 특정인에 대한 반감이나 지지가 아니라, ‘당선 될 만한 사람을 밀어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선거인단 등록의 경우, 본인 신분증을 지참해 현장에서 신청하거나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ARS투표 또는 투표소 투표를 선택하면 된다. 또 인터넷에서 공인인증서로 신분 확인을 한 뒤 접수할 수도 있다. 다만 권리당원의 경우엔 별도의 접수 없이 ARS투표만으로 참석할 수 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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