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삼성에 정치적 책임을 씌워선 안된다
입력 2017.02.15 08:14
수정 2017.02.15 08:22
<칼럼>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 부당
삼성 경영권 외국 투기자본 공격할 빌미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박영수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횐 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해 10월 24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첫 보도' 이후 약 4개월간 대한민국은 탄핵이라는 동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특검 역시 탄핵만이 최고의 선인 듯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또는 최순실 등과 지푸라기만한 연관성만 있으면 모든 이들을 과감히 구속수사하려는 특검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법치주의국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법리상 탄핵인용 또는 기각의 판단기준은 박대통령이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하였는지 여부다. 다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예를 보건대 설령 위배하였다 할지라도 그 위배 정도가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어야 탄핵이 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도 이를 인지하고 박 대통령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벌도 가담한 범국가적 대형 범죄행위로 몰아 유죄를 이끌어 내려는 듯하다. 형법상의 제3자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재벌이 부정청탁을 하고 수백억 원을 박 대통령 또는 최순실에게 제공하였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재벌총수들의 부정청탁 여부를 확인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검찰이 삼성전자 사옥을 압수수색한 이후 특검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부정청탁을 한 피의자로 구속기소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해야 탄핵결정이 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특검이 설정한 가설대로 탄핵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또한 최근 전문가들의 다수의견인 듯하다.
그럼에도 특검은 지난 1월19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후 26일 만에 지난 14일 다시 구속영창을 법원에 청구하였다. 마치, 탄핵의 승부수를 박대통령이 아닌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던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를 보면서 대한민국에서의 기업, 특히 기업인들의 존재란 무엇인가 의문을 가져본다. 지난 1월 16일에 있었던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건은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박대통령에게 국민연금에게 찬성하도록 지시해 달라고 부정청탁 한 증거를 찾기 위함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 굳이 구속 수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들을 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대가관계 등 뇌물죄 성립에 대한 소명 부족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여기서 왜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박대통령에게 먼저 청탁을 했다고 단정했는지 의문이 든다. 그것은 국내 대기업 상장사들의 최대 주주가 바로 국민연금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상장사 중 알짜기업들은 국민연금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어떠한 형태로든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사업재편 역시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검은 이 점을 파악하고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절박한 이 부회장이 먼저 박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하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가설은 허구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즉, 사적인 교제를 극도로 제한한 최고 권력자인 박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측이 먼저 접근했다는 가설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이 부회장 측이 삼성물산 합병이라는 대사를 앞두고 청탁 실패 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의 찬성이 절실하였다는 가설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 청구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의 기업이란 이미 관치의 틀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준공기업화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의 기업인이란 권력자로부터 미움을 받는 순간 그 경영권마저도 지킬 수 없는 돈 가진 하마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리고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2차 청구 사유는 1차에서 기각되었던 대가관계 등 뇌물죄 성립에 증거부족을 보완한 추가 수사결과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2차 청구에 앞서 특검은 공정위가 삼성에게 특혜를 주었고, 이 부회장이 이 과정에게 부정청탁을 하였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한 바 있다. 즉, 삼성물산의 합병 뒤 발생한 신규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절반으로 줄여주는데 이 부회장의 청탁이 있었는지를 수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에 이 내용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에서의 기업이란 정부부처가 처 놓은 규제그물 속에서 사업재편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업재편을 위해 자유롭게 합병할 수 있으며, 때로는 분할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재편을 통해 대기업이 탄생·성장하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상생하여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탄핵용 특검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탄핵이라는 관점 외에도 기업경영에 대한 관치정도가 어느 정도 심화되었는지도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유지 역시 공정위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든다.
어찌되었건, 지난해 11월 30일 특검이 임명되고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대한민국은 대통령 탄핵을 위해 수많은 피의자들을 구속수사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 부회장마저 구속수사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무엇을 위한 탄핵이며, 탄핵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탄핵심리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축재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헌법이나 법률위배보다는 정치적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탄핵절차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실패의 책임이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글로벌기업이며, 그 주주 또한 외국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특검이 삼성이라는 기업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면, 이는 외국투자자들에게도 대한민국의 정치적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서 자본시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만약, 특검이 이 부회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면, 이 역시 삼성의 경영권을 외국투기자본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특검이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야 할 때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을 것 같다.
글/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