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보수후보 단일화'와 김무성 '반패권 연대' 간 다른 계산법
입력 2017.02.13 06:31
수정 2017.02.20 07:16
유승민, 황교안 꺾고 단일후보로 본선행 주력…대선에 올인
김무성, 반문세력과 연대해 '킹메이커'…대선 이후 포석
바른정당이 12일 오후 당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대토론회를 열었다. 영입 대상이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도중하차 이후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당이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지도부는 물론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내외 당협위원장 등 총 60여명이 자리해 밤늦도록 '끝장 토론'을 벌였다
당이 방향을 못잡는 배경에는 유 의원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입장차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유 의원은 ‘보수후보 단일화’, 김 의원은 ‘반패권세력 연대’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유 의원의 시선은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 데 비해, 김 의원은 왼쪽을 보고 있는 셈이다. 오른쪽에는 새누리당, 왼쪽에는 국민의당이 있다.
두 사람 차이는 대권도전 여부에서부터 시작된다. 유 의원은 5% 안팎의 낮은 지지율에도 굴하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표심을 노크하고 있다. 반면 김 의원은 ‘재등판론’이 비등해도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겨진 역할은 ‘킹 메이커’다.
유 의원 주장대로 보수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단일후보가 본선에 나선다면 지난 18대 대선 때처럼 ‘49 대 51 구도’를 기대해볼 여지가 생긴다. 이를 위해선 지지도가 훨씬 높은 황교안 권한대행을 꺾어야 한다. 한국갤럽 2월 둘째주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 지지도는 3%로 전주 그대로인데 반해, 황 권한대행은 11%로 전주보다 2%p 상승했다. 그럼에도 유 의원 복안은 무엇인가?
유 의원은 지난 10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본인의 지지율 정체 이유를 묻는 질문에 “헌재의 탄핵 결정 이후엔 보수 후보와 진보정당의 후보 사이에 지지도 격차 문제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본다”며 탄핵 결정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헌재 탄핵결정 이후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특히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가 보다 분명해진다. 만일 탄핵이 인용되고 본인이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늦어도 선거일 30일 전에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진다. 게다가‘국정농단 공동책임론’에 본격 시달리다 보면 지지도 일부가 거품으로 변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일 유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생각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 뜻을 밝히고 권한대행 자리는 그만두는 것이 옳다"면서 즉각 사퇴를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후보 적합도’ 면에서 유 의원이 20.5%를 얻어 15.1%를 얻은 황 권한대행을 제친 것도 그에겐 고무적인 일이다. 몇 가지 불확실한 변수만 유리한 쪽으로 끌고 오면 끝까지 밀어붙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에 비해 김 의원은 외견상 바른정당이 창당 기치로 내걸었던 ‘패권주의 청산’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떻게 하면 비민주적 패권주의 정치세력을 제압해서 가치 중심의 민주정당들이 같이 연대해서 집권할 수 있느냐에 대해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박’․‘친문’ 세력을 패권세력으로 규정하면 남는 정당은 국민의당이다. 우선적으로 국민의당을 상대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한 뒤 본선에서 승리하면 연정(연립정부)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의 구상 대로 두 당이 선거연대를 위해 후보 단일화에 나서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바른정당 주자가 국민의당 주자의 손을 들어주는 장면을 지켜봐야할 수도 있다. 이번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지지도(7%)가 오차 범위 내지만 유 의원(3%)보다 높았다. 김 의원은 어느 당 주자가 본선 후보가 되든 킹 메이커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유 의원의 보수후보 단일화에 다걸기해 당의 정체성을 흠집내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대권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창당 명분을 살려놔야 대선 이후를 기약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있음 직하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성태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 차원에서 연정론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대선은 친박, 친문 패권주의를 제외한 반(反) 민주세력이 연대해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당과의 선거연대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유 의원은 이번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역구가 있는 대구경북 지지도가 6%로 나왔다. 황교안 23%, 문재인 18%, 안희정 17%, 안철수 7%에 이어 5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같은 수치다. 그가 범여권 단일후보가 돼서 이번 대선에서 최대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는데, 당내 여건이 호응해주지 않으니…
다행히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이 12일 기자들과 만나 “범보수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 유 의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바른정당 담장을 넘어 파장을 일으키기엔 세가 부족하다. 게다가 “우리가 새누리당을 왜 박차고 나왔는지 벌써 잊었는가”라고 외쳤던 또다른 대선주자 남경필 경기지사는 보수 단일화론이 뜨기만 하면 언제든지 요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래저래 사공 많은 배는 산으로 갈 공산이 높다.